2011-04

외딴 곳에서의 잠깐 동안의 쉼 


“그분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너희는 따로 외딴 곳에 가서 잠시 쉬어라, 하시니 이는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그들에게 먹을 겨를도 없었기 때문이더라.” (막 6:31) (And he said unto them, Come ye yourselves apart into a desert place, and rest a while: for there were many coming and going, and they had no leisure so much as to eat.)

지금은 먹을 것이 없어서 굶는 경우는 있어도 돈을 벌기 위해 굶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혹 여유 있게 식사를 못하더라도 최소한 급하게라도 식사는 한다. 사람들이 왜 돈을 벌려고 애쓰는가?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이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데 일을 위해 굶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러나 주님과 제자들은 복음을 전하면서 너무 바빠 굶는 때가 있었다. 물론 당시는 지금처럼 먹을 것이 넉넉한 시대는 아니었지만 먹을 것이 없어서 굶은 것이 아니라, 사람의 영혼을 살리는 복음을 전하는 일이나 무수히 몰려드는 사람들을 돌보는 데 너무 바빠 먹을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먹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고생하는(?) 제자들을 안쓰럽게 여기신 주님은 제자들에게 외딴 곳에 가서 잠시 쉬라고 말씀하셨다. 잠시 쉬면서 음식도 제 때 챙겨 먹으라는 따뜻한 위로의 말씀이다. 그래서 제자들은 배를 타고 군중들이 눈치 채지 않게 은밀히 외딴 곳으로 배를 타고 떠났다. 그러나 군중들의 눈을 벗어날 수 없었다. 제 때 식사도 하지 못하며 일을 하던 제자들이 좀 여유를 갖고 쉬려고 하였지만 목자 없는 양처럼 이리 저리 오가는 군중들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다행히 밀려드는 군중이 잠시 쉬기 위해 외딴 곳으로 떠나는 제자들을 보고 그들에게 가지 않고 주님이 계신 곳으로 몰려들었다(막 6:32-33). 성경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제자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님은 쉬지 않으시고 몰려온 수많은 사람들을 다시 돌보시고 가르치기 시작하셨다(v.34). 주님께서는 쉼이 없으셨다. 사실 주님은 이 세상에 쉬려고 오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진정한 쉼을 주시기 위하여 오신 분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모든 자들아., 너희는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쉼]을 주리라”(마 11:28).

주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쉼을 주시기 위해 자신은 쉬지 않으셨다. 주님은 쉼[안식]을 완성하시기 전에는 쉬실 수 없는 분이다. 우리의 주님은 세상 사람들이 죄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는 모든 대속사역을 완성하시기 전에는 쉬지 않으셨다. 모압 출신 이방 여인 룻이 자신의 아내가 되는 일을 끝내기까지 안식하지 아니한 보아스는 구약성경 속에 나타난 예수님의 모형 중의 한 사람이다(룻 3:18). 이제는 주님께서 이방 여인 룻을 아내로 맞이하기 위한 모든 일을 다 끝마치시고 지금은 하늘에서 재림을 기다리고 계신다(히 9:28, 10:11-13; 요 19:30).

우리와 같이 주님께서도 분명히 때로 배가 고프시기도 하여 음식을 들기도 하셨지만 주님께서 생각하신 진정한 양식은 물리적인 음식이 아니었다. 영적 양식이었다. 우리는 물리적인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음식을 먹지 않으면 육신을 지탱하지 못한다. 계속 굶으면 육체의 호흡은 끊어진다. 그러나 사람은 다른 피조물과 다른 독특한 피조물이다. 하나님의 모양과 형상에 따라 지음을 받은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관점만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물리적인 면을 넘어 영적인 면이 있다. 사람은 밥을 먹지 않으면 육체는 분명히 죽는다. 그러나 육체가 죽는다고 영혼이 죽는 것은 아니다. 육체가 죽어도 한 인격[영혼]은 끝나지 않는다. 육체는 영혼을 감싸고 있을 뿐이다. 육체보다는 먼저 보이지 않는 영혼 문제가 우선이다. 보이지 않는 영혼문제를 해결하면 보이는 육체문제는 부수적으로 해결된다. 영혼이 살면 육체는 잠시 죽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사마리아의 수가 마을의 우물가에서 만난 여인에게 가르쳐주신 진리이다. 대낮에 물을 길러 온 행실이 좋지 않았던 그 사마리아 여인은 쉼을 주러 오신 예수님에게 이 진리를 배워 진정한 안식을 얻는 큰 복을 받았다(요 4:3-30). 주님께서는 분명 제자들이 마을에서 구해온 육체의 배고픔을 채우는 양식을 받지 않으셨는데도 제자들에게 먹을 양식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조금 전에 이미 주님께서는 우물가에서 영적 양식을 취하셨다. 하나님께서 주님께 맡겨주신 영혼에 관한 일이 주님의 양식이었다.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행하며 그분의 일을 끝마치는 것이니라.”(요 4:34).

본 사역자는 뒤 늦게 사십대 중반에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세상적인 의미로는 장래가 보장되는 소위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복음사역현장에 뛰어들었다. 내가 뛰어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여 주님께 손을 들고 순종한 것이다. 이제 금년으로 지방 도시에서의 자비량 목회까지 포함하여 사역을 한지 15년이 되었다. 세간의 용어를 빌리면 벌써 인생의 5학년을 마치고 6학년이 되었다. 이제 인생을 뒤돌아보면서 관조(觀照) 할 나이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돌아보면 부끄럽게도 쉼 없이 바쁘게 지내온 것 밖에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 주님께서 마침 본인이 목회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교회에서 공식적인 휴가를 얻어 일주일(9/26~10/2)을 쉴 수 있는 복을 주셨다. 하나님께 감사드렸지만 분명 교회에 할 일이 많이 있었음에도 잠시 휴식을 갖도록 격려해주고 권면해준 교회가 참으로 고마웠다. 작년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하여 아직도 힘들어 하는 아내에게 기분전환의 시간도 갖게 하고 나도 잠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낭비가 아닐 것이라는 격려를 받고 감사한 마음으로 휴가를 떠났다. 나를 쫓아 목회를 시작한 후 한 번도 변변한 휴가를 얻어 마음 놓고 쉬어보지 못한 아내에게 속죄하는 마음도 조금 있었다.

월요일은 하루 여행 준비하는데 보내고 화요일부터 여행을 시작하였다. 서울을 떠나 “외딴 곳에 가서 잠시 쉬는” 휴가지만 사역자로서 갈 곳은 제한적이었다. 수요일 예배를 생각하여 수요 기도회에 참석이 용이한 원주 치악산 휴양림에 숙소를 정하는 것으로 휴가를 시작하였다. 심신이 피곤할 때는 어디 좋은 곳이 아니더라도 복잡한 서울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게다가 조용하고 공기 맑은 산 속에서 쉼을 갖는다는 것은 나에게는 넘치는 복이다. 수요일 저녁에는 차로 약 20분 정도에 위치한 원주 벧엘침례교회(담임목사 토토 패클리바 선교사, 협동목사 나단 코왁 선교사)의 수요예배에 참석하고 사역자들과 성도들과 교제하는 기쁨을 누렸다. 비록 시작한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주님의 향취가 묻어나는 좋은 독립침례교회가 강원도 서부 지역인 원주에도 있다는 것에 대해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목요일은 비가 부슬 부슬 내렸지만 우리교회 0자매님의 시골집을 방문하기 위해 다음 목적지인 영월로 향했다. 그곳은 우리 교회가 첫 여름수련회를 한 장소이기도 해서 잊지 못하는 곳이다. 0자매님과 언니, 그리고 산촌 마을에서 혼자 사시는 어머님(*우리교회의 첫 여름 수련회 때 구원을 받으시고 침례까지 받으신 분임)을 뵙고 교제를 나눈 후 다시 충북으로 넘어와 충주에서 이틀을 쉬었다. 아내와 나는 모처럼 쫓기지 않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호사(豪奢)를 누렸다. 특히 인상적인 곳은 괴산에 있는 조령산 휴양림이었는데, 이곳은 문경새재로 유명한 곳이다. 충북 쪽으로는 괴산군 조령산이지만 산 정상의 새재를 넘으면 경북 문경에서는 주흘산으로 불리는 곳으로 산 정산에 세워진 문경새재 관문을 기점으로 걷기에 좋은 길이 잘 닦여 있었고 아람드리 소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주위의 풍광도 빼어났다. 먹는 것이 기름지지 않아도 잠자는 곳이 안락하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대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창조의 솜씨를 감상하면서 창조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거듭난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주어진 큰 기쁨이고 복이다. 아내와 나는 산길을 걸으면서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이러한 복에 대해 감사와 기쁨을 억제할 수 없었다. 동시에 교회의 지체들과 함께 이곳에 와서 함께 기쁨을 누리면서 함께 주님을 찬양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 주여, 주는 영광과 존귀와 권능을 받기에 합당하시오니 주께서 모든 것을 창조하셨고 또 그것들이 주를 기쁘게 하려고 존재하며 창조되었나이다”(계 4:11).

토요일 아침에는 충주를 떠나 수년 동안 방문하지 못했던 고향 땅을 향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묻히신 산에 올라 잠시 돌아보면서 아내와 나는 아직도 불신가운데 있는 육신의 형제들과 그들의 가족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였다. 내가 자란 동네와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도 들려봤는데 거의 오십년이 흐른 세월의 자취가 곳곳에 깔려 있었다. 내가 자랐던 집은 없어지고 대신 현대식 양옥집이 들어섰고 취학 아동이 줄어 폐교 직전까지 갔던 학교는 인근에 공장들이 들어서는 덕(?)에 힘입어 지금은 오히려 건물을 증축하고 있었다.

다음은 토요일 저녁과 주일에 열리는 평택 등대침례교회(담임목사 Bruce Rosko선교사)의 선교집회(Mission Revival Meeting)에 참석하기 위하여 고향땅을 뒤로하고 최종 목적지인 평택으로 향했다. 집회에서 우리교회의 사역을 소개하는 간증하는 시간을 가졌고 집회 강사인 David Olson 선교사님이 선포한 말씀을 듣는 기쁨도 있었다. Bruce Rosko 목사님과 사모님과의 교제를 통해 많은 위로와 목회의 지혜를 얻는 복도 누렸다. 공통의 주님이신 예수님 때문에, 변하지 않는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 때문에 그리스도 안에서 나누는 교제는 불신 세상 사람들이 결코 누릴 수 없는 큰 복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아낌없이 격려해주신 Rosko 목사님과 사모님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로서 진정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동시에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생업에 쫓겨 잘 쉬지 못하는 교회의 많은 지체들을 생각하면 송구한 마음이 휴가 중 내내 지워지지 않았지만 이렇게 쉼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리고 교회의 모든 지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금은 주님이 오실 때가 가까운 마지막 때 중의 마지막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마지막 때의 한 현상인 배도하는 슬픈 모습을 본다. 국내나 외국에서 심심찮게 그런 아픈 소식을 듣고 또 직접 경험하기도 한다. 사역자도 예외가 아니다. 사역자나 일반 신자나 자신들이 굳게 믿고 있다고 하는 것들을 자신의 세상적인 이익이나 편리를 위해 속절없이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 시대에든 이런 사람들이 있지만 마지막 때에는 더욱 그러한 현상이 심해질 것임을 성경은 예고하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자아를 부추기는 이 시대의 철학과 점점 강해져가는 맘몬의 위력에 함몰되어가는 것이 원인중의 하나일 것이다.

“또한 이것을 알지니 마지막 날들에 위험한 때가 이르리라.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탐욕을 부리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신성모독하며 부모에게 불순종하며 감사하지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 본성의 애정이 없으며 협정을 어기며 거짓 고소하며 절제하기 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자들을 멸시하며 배신하며 고집이 세며 높은 마음을 품으며 하나님을 사랑하기 보다는 쾌락들을 더 사랑하며 하나님의 성품[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그것의 능력은 부인하리니 너는 이런 자들에게서 돌아서라.” (딤후 3:1-5)

이번 잠간 동안의 쉼을 통해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묵상했지만 인생의 유한성(有限性)과 하나님 약속의 영원성(永遠性)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주님께 더 겸손하고 정직하고 신실한 사역자가 될 것을 우리 부부가 마음으로 새롭게 다짐하는 기회를 가진 것이 가장 소중한 소득이다.

세상은 변하고 심지어 믿는다는 사람들도 변하고 교회도 변하지만 주님의 약속의 말씀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분께서 우리에게 주신 명령도 변하지 않는다. 주님께 남은 삶을 드리기로 헌신한 사역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주님께서 수가 동네의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가르쳐 주신 영적 진리이다. 세상 양식을 얻기 위해 전력을 쏟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양식이 늘 나에게 있느냐가 중요하다. 신실한 그리스도인, 신실한 사역자는 세상에서 혹 먹을 양식이 없어도 하나님께서 주신 양식은 늘 풍성해야 한다.

주님!

“이날 우리에게 우리의 일용할 빵을 주옵시고”(마 6:11),

그것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예수님께서 주신 영적인 빵도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에게도 늘 풍성하게 주옵소서.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행하며 그분의 일을 끝마치는 것이니라.”

                                                                                                                                                                                          (2011. 11. 3  보이 쉐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