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

겸손한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라고 하시는 주님

“애곡하는 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그것은 모든 사람의 끝이므로 살아있는 자가 그것을 마음에 두리라.”(전 7:2) (“It is better to go to the house of mourning, than to go to the house of feasting: for that is the end of all men; and the living will lay it to his heart.") (Eccl. 7:2)

올해 첫 날 아침은 비록 해가 뜨지 않아 흐린 날로 시작되었지만 이른바 상서(祥瑞)로운 눈이라는 서설(瑞雪)이 내렸다. 모든 사람들이 새해 아침에 내리는 눈에 상서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까지 새해에는 정말 좋은 일만 많이 있기를 기도하면서 시작한다. 필자도 올해의 소망을 주님께 아뢰고 예배하면서 새해 첫날을 보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잠도 자지 않고 지켜보다가 새해가 시작되는 0시 카운트다운이 되면 모두 환호를 하면서 즐거운 잔치분위기에 빠진다. 축포를 터트리기도 하고 불꽃을 쏘아 올리기도 한다. 올 한해 내내 이렇게 새해맞이 행사의 축제분위기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사람에게는 늘 잔치하는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주님께서는 새해 벽두(劈頭)에 먼저 어떠한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여야 하는지를 상기시켜주시는 일을 하나 허락하셨다.

몇 년 전에 우리 교회의 어느 자매님의 전도를 받아 구원을 받고 교회에 나와 주님 안에서 몸과 마음이 예쁘게 성장하던 ‘영지’(고 2)에게 갑자기 고난이 찾아 왔다. 아버지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것이다. 새해가 시작 된지 사흘 만에 50대의 젊은 아버지가 아내와 두 딸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 일어났다. 교회 지체들과 함께 방문한 장례식장에서 두 눈에 연신 그렁그렁 눈물이 그치지 않는 영지를 만났다.

조문을 마치고 오는 길에 그리고 그 날 밤에 여러 가지 상념이 머리를 복잡하게 하였다. ‘영지’가 참 불쌍하다. 너무 안됐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 무슨 말이 위로가 될까?

사랑의 주님, 긍휼의 주님,

‘영지’의 슬픈 마음을 누가 위로할 수 있고,

휑 뚤려 있을 어린 가슴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겠습니까?

오직 주님만이 영지의 위로가 되실 수 있습니다.

‘영지’의 마음을 위로해주시고 영지의 앞날을 주님의 선한 길로 인도하여주소서!

이 부족한 사람을 자신의 복음사역자로 삼아주시고 늘 사려 깊게 인도하여주시는 주님은 금년 첫 머리를 “잔칫집”에 가게 하는 대신 “애곡하는 집” 곧 초상(初喪) 집에 먼저 가게 하셨다. 조문을 갈 때면 어김없이 주님께서 성경에서 가르쳐주신 인생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상기한다. 그러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애곡하는 집에서 깨닫는 것을 곧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에서 바쁘게 살아감으로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잊어버릴 때가 되면 주님은 우리에게 그 진리를 다시 기억하게 하시는 일을 허락하시는지도 모른다. 영지와 영지 어머니를 위로하고 오는 길에 귓가에 ‘잊지 마라. 네 자신의 본질을 잊지 마라. 애곡하는 집에서 깨닫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라. 올해에도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겸손하게 살아라!’ 우리는 자신의 허무한 본질을 잊어버리는 순간 교만한 사람이 된다. 반대로 창조주 하나님 앞에 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잊지 않고 기억하는 한 나는 교만해질 수 없다. 성경에서 가르쳐준 나 자신의 본질을 잊지 않고 기억하면 할수록 나는 겸손해진다.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우리에게 더 유익한 것은 우리에게 영원한 진리를 잊지 않게 하고 자신을 하나님 앞에 서게 될 날을 준비하게 하는 지혜를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즐거운 잔칫집에 자주 가면 우리의 육신은 우리에게 인생의 본질을 왜곡해서 비춰 준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슬피 우는 초상집에 가면 인생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깨닫게 하고 상기하게 한다. 매일 잔치를 하는 삶을 살아도 사람은 끝 곧 죽음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곡하는 집”에 가서 죽음 때문에 슬피 우는 사람들을 보면 잠간 동안 손에 쥐려고 하는 세상의 재물, 권세, 명예, 학식, 그 밖에 이 세상에 관한 모든 욕심이 한 낮 허무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지상의 짧은 인생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지혜롭지 못한 사람이다.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지혜로운 사람은 이 지상에서의 삶 뿐 아니라 이 지상의 삶이 끝나고 이어지는 다음 세상에서의 삶도 준비하는 사람이다.

“한 번 죽는 것은 사람들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뒤에는 심판이 있나니”(히 9:27).

하나님께서 정하신 죽은 후의 심판을 누가 피할 수 있는가? 아무도 피할 수 없을 진대 그 진리를 믿고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 아닌가?

“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애곡하는 집에 있으나 어리석은 자들의 마음은 희락(喜樂)하는 집에 있느니라.”(전 7:4)

애곡하는 집에 마음을 두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고 지혜로운 사람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것을 믿고 준비하는 사람이므로 겸손한 사람이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을 믿지 않고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을 믿는 사람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험하고 어지러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덕(virtue)은 겸손(謙遜, humility)이다. 겸손하게 살아가면 세상적인 성공은 모르더라도 최소한 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멸망에 앞서 교만이 나가며 넘어짐에 앞서 거만한 영이 있느니라.”(잠 16:18)

“멸망에 앞서 사람의 마음의 교만이 있고 명예에 앞서 겸손이 있느니라.”(잠 18:12)

하나님은 겸손한 자를 사랑하시고 보호하신다.

“젊은 사람들아, 너희도 아와 같이 장로에게 복종하고 참으로 서로에게 복종하며 겸손으로 옷 입으라. 하나님께서 교만한 자는 물리시시고 겸손한 자에게는 은혜를 주시느니라.” (벧전 5:5) (Likewise, ye younger, submit yourselves unto the elder. Yea, all of you be subject one to another, and be clothed with humility: for God resisteth the proud, and giveth grace to the humble.) (1 Pet. 5:5)

올해 벽두를 “잔칫집” 대신에 “애곡하는 집”에 가게 하셔서 다시 한 번 영원한 진리를 상기하게 하신 주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영지야, 힘내라!

주님, 감사합니다!

                                                                                                                                                                                                  (2012. 1. 6. 목동 다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