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

                                                아이샤 페이스 틸라도 (Isha Faith Tillado)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자는 주께 빌려드리나니 그가 베푼 것을 그분께서 그에게 다시 갚아 주시리라.” (잠 19:17) (He that hath pity upon the poor lendeth unto the LORD; and that which he hath given will he pay him again.) (Prov. 19:17)

작년 10월 필리핀 일로일로(Iloilo) 지역에 있는 한 독립침례교회(Garden Bible Bapitst Church)의 초청을 받아 5일간의 부흥집회를 인도하고 온 적이 있다. 갈 때는 교회의 형편 때문에 무거운 마음으로 비행기를 탔었지만 주님의 은혜로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필리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주님의 명령인 “가서 모든 민족을 가르치라”는 선교명령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도 되었다.

필리핀은 약 7천 여 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고 70여개가 넘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다. 어느 필리핀 목사님이 우스개 소리로 필리핀은 바벨탑 사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 중의 하나라고 하는 말이 실감이 났다. 주일 모임이 끝나고 월요일에는 초청교회 목사님의 인도로 다른 교회들을 방문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가든 바이블 침례교회가 속해 있는 지방은 일로일로(Iloilo)인데 교회 밴을 타고 높고 험한 산을 넘어 수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안티케(Antique)라는 지방이었다. 이곳에서 쓰이는 언어는 일로일로에서 사용되는 언어인 일롱고(Ilonggo)와 완전히 다른 키나라야(Kinayara)라는 말인데 통역이 되지 않으면 소통이 어려웠다. 주로 필리핀 공용어인 영어를 많이 사용하여 서로 의사소통을 하였다. 안티케의 산 호세(San Jose)라는 타운에 있는 바이블 침례교회를 방문하였는데 이 교회의 아니세토 발리나스(Aniceto Balinas) 목사님은 필자가 인도하는 집회에 참석하여 교제를 나눈 목사님들 중의 한분이었다. 그 교회를 방문하였을 때 처음 만난 아이가 바로 아이샤 페이스였다. 할아버지인 발리나스 목사님을 통해 두 살 난 손녀 아이샤가 심장에 구멍이 난 선천성 심장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리핀에서도 마닐라에 가면 수술은 할 수 있지만 우리 돈으로 약 2천만 원 정도가 들기 때문에 필리핀에는 이러한 아이들이 그냥 죽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그 교회 외에 다른 지역에 있는 다른 교회들을 방문하고 모든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에 돌아와서 밀린 일을 처리하느냐 바쁘게 보냈지만 이상 하리 만큼 큰 눈망울을 가진 아이샤 페이스의 얼굴이 필자의 뇌리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매우 어렵게 목회를 하시는 다른 두 교회의 목사님들과 그 교회들의 형편도 생각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돈이 없어 죽어갈 수밖에 없다고 하는 입술이 파랗고 허약한 아이샤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아이샤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여러 날 동안 주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주님의 인도하심을 기다렸다. 우리에게도 큰돈인 이천만원을 구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기도 중에 심장병을 잘 치료하는 병원이 생각에 떠올랐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에서 구한다는 설립 이념으로 세워진 세브란스병원에 부탁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병원장과 진료부장에게 아이샤의 형편을 알리는 장문의 글을 써서 보냈다.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끊임없이 불편할 것 같았다. 편지를 보낸 지 며칠 후에 세브란스 병원에서인 김00선생이라는 분이 전화를 걸어왔다. 병원장님이 치료를 검토하라고 해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약 6개월 간의 ‘아이샤 페이스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아이샤 페이스와 아이샤의 부모가 세브란스에 도착하기 까지 그 과정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주님의 도우심으로 무사히 지난 3월 18일 도착 입원을 하여 병원의 세심한 사전 검진과 준비를 거쳐 일주일 후에 심장수술을 성공리에 마치게 되었다.

수술을 마치고 마취에서 깨어나 병실에 돌아온 아이샤를 찾았을 때 아이샤는 이미 다른 아이가 되어 있었다. 파랬던 입술의 색깔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아주 활발하게 움직이는 아이가 되었다. 회복 속도도 빨라서 4월 20일 퇴원날짜도 정해졌다. 퇴원하기 이틀 전에 세브란스 병원에서 송별연까지 마련해 주었다. 심장병 수술을 받은 아이샤와 뇌와 코 수술을 받은 아이와 선천성 장 질환을 앓고 있는 몽골에서 온 아이 두 명이 함께 참석했다. 아이샤를 위해 수고한 모든 분들, 수술을 담당하고 치료해주신 여러 의사선생님들과 간호사 언니들, 그리고 사회사업 팀 등 행정적으로 도운 분들이 모두 모여서 퇴원과 귀국을 축하해 주었다. 이 때 사회자가 아이샤의 한국 보호자로 서약했던 나에게 격려의 말씀을 부탁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 자리를 빌려서 아이샤의 수술을 담당한 세브란스 병원과 모든 선생님들과 수고하신 분들께 그리고 아이샤 가족의 비행기 삯과 체재비등을 지원한 자선단체 등에 심심한 사의를 표했다. 세브란스 병원은 약 5천만 원의 치료비와 병원비를 지원해주었고 다른 단체에서는 비행기 표와 다른 경비를 부담해주었다. 우리 교회에서도 많지 않지만 함께 동참하는 마음으로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하여 심장병 어린이를 위해 백여만 원을 지원하고 별도로 아이샤의 치료와 건강을 위해 수십만원의 사랑의 헌금을 전해 주었다. 또 자매 선교회에서는 필리핀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옷을 모아 큰 가방을 하나 만들어 주었다. 이 필자가 그 환송연 자리에서 나눈 하나님 말씀은 잠언 19:17절 말씀이다.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자는 주께 빌려드리나니 그가 베푼 것을 그분께서 그에게 다시 갚아 주시리라.”(잠 19:17)

우리는 이 땅에서 서로 도와 가며 살아간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지역교회 안에 모여 한 지체로서 서로를 돕고 살아간다. 그러나 세상은 빈부의 격차가 있고 믿음의 적고 큼의 차이가 있어서 서로간의 부족함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 때로는 선을 베푸는 일이 서로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주님은 공의롭고 공평하시고 정확하신 분이시다. 주님께서 왕으로 세상을 다스리실 때는 모든 것이 공평하게 정리될 것이다. 장차 왕으로 다스리실 주님 앞에 우리가 설 때에는 얼마나 우리가 그분의 은혜에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는가 알 것이다. 주님의 한량없는 은혜와 사랑에 우리는 그저 감격하고 감사만 드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땅에서 사는 동안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선한 마음으로 돕는 것은 주님께 꾸어드리는 것이라니 이 얼마나 놀라운 말씀인가? 우리가 주님께 빌려드리다니! 우리의 생명과 호흡까지도 주님의 은혜 안에 있는데 우리가 무엇을 주님께 빌려드릴 수 가 있는가! 그러나 주님께서는 누가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겨 돕는 것을 주님 자신의 장부 차변에 기록해 두셨다가 다 갚아 주신다는 것이다!

지금은 점점 이기적인 세상, 자기중심적인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나 성경신자는 삶의 기준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주님께서 한 번 약속하신 것은 반드시 성취하실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여 가더라도 주님의 공중 재림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 성경 신자들은 할 수 있는 대로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가난하고 약하고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베푸는 일에 마음을 쓰자. 구원 받지 못한 영혼들에게는 사랑의 복음을 전하고 신자들에게는 진실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서로 나누면서 살자.

“우리가 잘 행하는 가운데 지치지 말지니 우리가 기진하지 아니하면 정하신 때에 거루리라.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사람에게 선을 행하되 특히 믿음의 집안사람들에게 할지니라.” (갈 6:9-10)

아이샤 가족이 무사히 필리핀 고향에 잘 도착하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동안 긴장했던 일이 무사히 잘 끝나게 되어 안도가 되어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아이샤와 그녀의 가족은 세브란스 병원과 한국의 사랑을 잊지 못할 것이다. 분명히 한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병원에 있는 동안 어느새 우리 말을 배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를 예쁘게 하고 떠난 아이샤를 주님께서 귀한 복음의 도구로 쓰시기를 기도한다.

다시 한 번 아이샤 페이스를 위해 수고해 주신 세브란스 병원의 모든 분들, 그리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수고하고 사랑을 베풀어준 서울제일침례교회 성도여러분께 하나님께서 풍성한 복을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2013. 4. 30) (Boy Shephe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