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
불의의 길을 따라간 발람을 잊지 말자
“밤에 하나님께서 발람에게 오사 그에게 이르시되, 그 사람들이 너를 부르러 오거든 일어나 그들과 함께 가라. 그러나 너는 오직 내가 네게 이르는 말만 할지니라, 하시니 / 발람이 아침에 일어나 나귀에 안장을 얹고 모압의 통치자들과 함께 가니라. / 그가 간 것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분노가 타올라 주의 천사가 대적이 되어 그를 치려고 길에 서니라...” (민 22:20-22)
모압 왕 발락이 대언자 발람을 매수하여 이스라엘을 저주하려고 할 때 이미 하나님께서는 발람의 신하들을 따라 가지도 말고 이스라엘을 저주하지 말 것을 분명하게 명령하셨다(민 22:12). 그 뒤에 하나님께서 발람에게 발락의 신하들이 오면 따라가라는 허락을 하셨는데(민 22:20) 곧이어 이 허락을 번복하신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 나온다(민 22:22). 하나님은 발람이 발락의 신하들을 따라 가라고 허락하신 것인가, 허락하지 않으신 것인가? 하나님께서 변덕스러운 행동을 하셨고 그로 인해 발람이 억울한 상황에 처한 것일까?
발람의 정체에 대해 이견이 있으나 그가 하나님을 분명히 안 사람이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대언자로 사용하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발람은 하나님의 대언의 도구가 되어 하나님의 속성에 관한 대언(민 23:19), 하나님과 이스라엘 민족의 관계(민 23:20-24), 이스라엘과 세상의 메시아에 대한 예언인 ‘야곱에서 나오는 한 별’과 ‘이스라엘에서 일어나는 한 홀’에 관해 대언을 한 사람이다(민 24:17). 메시아에 관한 이 대언은 후세에 널리 알려져 대언대로 베들레헴에 예수님이 탄생하셨을 때 이스라엘의 동쪽에서 온 현인들[동방박사들]은 발람이 대언한 ‘야곱에서 나오는 한 별’ 곧 “그 분의 별”을 보고 유대인들의 새로운 왕을 경배하기 위해 베들레헴까지 찾아 왔다(마 2:1-2).
하나님께서 발람에게 분노하신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 이전의 발람의 언행을 살펴보아야 한다. 처음에 모압 왕 발락이 발람을 회유하기 위해 “점치는 대가”와 함께 자신의 신하들을 발람에게 보냈을 때(민 22:1-11) 발람은 하나님으로부터 그들을 따라가지도 말고 이스라엘을 저주하지도 말라는 분명한 명령을 받았다(민 22:12). 그러나 발람은 자기가 받은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발락에게 전하지 않았다. 무엇인가 발람의 마음에는 순수하지 못한 욕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발람은 주님께서 발락의 신하들과 함께 가는 것을 거부하셨다고 말했지만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받은 자들이기 때문에 저주하지 말라’는 말씀은 발락에게 전해주지 않았다. 만약 발락이 발람으로부터 분명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해 들었다면 발락이 계속 발람을 이용해서 이스라엘 백성을 저주하려는 시도를 했을지 의문이다(참고. 민 22:6). 그러나 발람은 무슨 욕심에서인지 발락에게 왜 자신이 가서는 안 되는지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모호한 태도를 취함으로서 발락에게 무엇인가 여지를 남겨주었다. 발람은 이른바 ‘양다리 걸치기’를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기회주의적인 태도는 신실한 종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 주인을 동시에 섬길 수 없고(마 7:24) 종이라면 더더욱 결코 두 주인을 겸하여 섬길 수 없기 때문이다(눅 16:13). 이러한 미지근하고 우유부단한 태도는 더 크고 집요한 유혹을 불러들인다. 이러한 발람의 태도에 고무되어 모압 왕 발락은 이번에는 발람에게 명예를 보장하고 물질도 원하는 대로 주겠다고 약속하며 회유를 하였다(v.15-17). 이 제안을 받은 발람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그의 마음은 이미 발락의 불법적인 제안에 흔들리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발람이 발락의 제안을 거부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속마음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태도가 분명하면 사실 주님의 뜻을 다시 알아볼 필요가 없다. 이미 하나님의 뜻은 분명히 발람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v.12). 그러나 그는 미련이 있어 여전히 발락의 신하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알아볼 테니 이 밤에 머무르라고 하였다(v.19).
발람에게 허락하시는 것처럼 보인 하나님의 말씀(v.20)은 그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하나님은 어떤 사람이 순종하지 않고 계속 고집을 피우면 어느 정도까지는 원하는 대로 용인해주시는 때가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공의는 사람의 고집 때문에 바뀌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저주하지 말라고 명령하신 것을 그 누구든 바꿀 수 없고 이스라엘이 하나님으로부터 복 받은 백성이라는 사실을 그 누구도 취소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 발람이 발락의 신하들을 따라 간 것으로 인해 분노하신 것은 그가 끝내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였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밤에 발람에게 오셔서 그에게 만약 발람의 신하들이 ‘만약 너를 부르러오면’ 그들과 함께 가라고 하셨다(v.20). 킹제임스 성경은 하나님의 이 허락이 조건적 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If the men come to call thee...”). 신국제역(NIV)은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데 이미 그 신하들이 도착한 것으로 되어있다(Since these men have come to summon you, go with them...). KJB는 앞으로 신하들이 오면 따라가라는 조건으로 되어 있고. NIV는 이미 그 신하들이 왔기 때문에 따라 갔다고 되어있다. KJB의 ‘If’(만약 ~)와 NIV의 ‘Since’(~ 때문에)는 히브리어 ִאם(임, im)을 번역한 것으로 비록 그 의미가 넓지만 히브리어 학자들은 기본 의미가 ‘if’라는 것을 모두 인정한다. 그런데 NIV는 ‘if’ 대신 ‘since’로 번역하였다. 만약 NIV의 내용처럼 그 신하들이 이미 도착하였기 때문에 발람이 그들을 따라간 것이라면 하나님은 이유 없이 변덕스럽게(?) 분노하신 변덕스러운(?) 하나님이고 발람은 하나님의 변덕에 괴로움 당하는 불쌍한(?) 종이 될 것이다.
발락의 신하들이 아침에 발람을 찾아 온 것이라면 하나님께서 발람에게 분노하실 이유가 없다. 그러나 신하들은 아침까지 오지 않았다. 그러나 발락으로부터 엄청난 제안을 받은 발람은 그것을 뿌리치기에는 너무 아까웠던지 무엇인가 마음이 급하여 발락의 신하들이 오기도 전에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그들을 불러서 따라 간 것이다. 하나님께서 아침 이후에 무슨 일을 역사하실지 어떻게 아는가? 발람은 발락의 그 엄청난 제안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되었는지 겨우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자 재빠르게 스스로 말안장을 지우고 발락의 신하들을 따라 나선 것이다. 바로 이러한 발람의 속마음과 위선적인 태도에 대해 하나님께서 분노하신 것이다.
성경속의 사건은 많은 부분 성경의 기록이 해설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약 1500년 후에 사도 베드로와 유다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그때 발람의 마음이 어떤 상태였는지를 밝혀 주고 있다. 발람은 그때 불의의 삯을 사랑하여 그들을 쫒아갔던 것이다(벧후 2:15; 유 11). 하나님께서 변덕스러우셨던 것이 아니라 발람의 위선과 물욕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이것을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들이 주의해야 할 발람의 교리라고 말씀하셨다(계 2:14).
이 사건을 성경의 난해구절로 다루고 끝낸다면 하나님과 종, 하나님과 하나님의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귀중한 교훈을 잃어버리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명령하실 때가 있고, 또 하나님의 명령에 명령수령자가 즉시 순종하지 않거나 아직 온전히 순종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우회적으로 명령하실 때가 있고 또 때로는 침묵하실 때도 있다. 이 사건에서 직접적인 명령은 12절이고 우회적인 명령은 20절이다. 12절의 명령이 떨어졌는데 발람은 그대로 순종할 마음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겉으로는 하나님의 명령을 무시하지 않은 것처럼 말했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욕심이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하고 오히려 하나님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때 하나님께서 발락의 신하들이 오면 그 때 따라가되 “그러나 너는 오직 내가 네게 이르는 말만 할지니라.”(v.20)고 하신 것은 이럴 때 발람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시고 그의 순종여부에 대한 시험을 하신 것이다. 하나님께서 발람을 시험하시기 위해 발락의 신하들에게 주도권을 주신 것인데(“그 사람들이 너를 부르러 오거든”) 발람은 이것을 참을 수 없어 자신이 주도권을 행사하여 그들이 오기 전에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따라 나선 것이다. 물론 발람의 이러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하나님은 발람을 향한 오래 참으심과 긍휼을 베푸시는 것을 중단하지 않으셨다. 주님의 천사를 보내 발람의 가는 길을 막으시고 눈이 어두운 발람을 위해 말 못하는 짐승인 그의 나귀를 통해 세 번 씩이나 그를 깨닫게 하려고 경고하셨지만 그는 끝내 물욕과 세상 명예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인생을 비극으로 마치고 말았다(민 31:7-8, 15-16).
✿ 이렇게 발람처럼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늘 입으로는 하나님의 이름을 내세우고, 자신이 하는 것은 주님의 뜻이라고 주장하지만 속마음에는 불의의 삯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성경독자에게 베도로와 유다서의 기자 그리고 사도요한이 계시록에서 발람의 언행과 교리에 대한 경고를 발한 것을 기억하고 발람의 사례를 잊지 말자. 나는 어떠한가?
사람들이 하나님의 간섭과 계시를 계속 무시하고 계속 자기 고집대로 살아가면 하나님은 더 이상 간섭하시지 않고 팔짱을 끼시고 지켜보실 때가 있다. 이때가 사람들에게 가장 위험한 때이다. 하나님의 공의가 집행되는 징벌이나 심판의 시간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뜻이다. 거듭난 하나님의 자녀들에게도 원리는 마찬가지다. 불순종하고 세속적인 하나님의 자녀에게는 오히려 주님의 징계는 영적인 복 중의 하나이다. 바로 잡아주시려는 아버지의 사랑에서 나 온 것으로 아버지가 없는 사생아들에게 하나님은 징계하지 않기 때문이다(히 12:5-8). 징계를 받는다는 것은 최소한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증거중의 하나이다. 주님의 징계는 거룩한 간섭이시며 사랑의 매이다. 그러나 자녀라도 명령이나 말씀에 계속 의지적으로 불순종하면 하나님은 침묵을 지키시고 지켜보실 때가 있고, 하나님의 뜻과 어긋나는 것을 계속 조르고 요구하면 때로 원하는 대로 되도록 용인하시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그것을 구하고 고집한 자에게 오히려 큰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의 자녀라면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해 세상에서 손해를 보고 불편함이 다소 있을 지라도 그대로 순종하는 것이 가장 복된 길임을 잊지 말자. 하나님께서 더 이상 사랑의 손길을 뻗치지 않으실 때, 침묵하시면서 뒷짐을 지실 때 그 때는 무서운 심판의 직전임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과 사랑을 무시하는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길 기도한다.
“실라와 디모데가 마케도니아에서 왔을 때에 바울이 영아래서 눌려 유대인들에게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증언하매 / 그들이 자신을 대적하고 신성 모독하므로 바울이 옷을 털며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 피가 너희 머리로 돌아갈 것이요, 나는 깨끗하니 이제부터는 내가 이방인들에게로 가리라. 하니라.”(행 18:6)
“또 그가 내게 이르되, 이 책의 대언의 말씀들을 봉인하지 말라. 때가 가까우니라. / 불의한 자는 그대로 불의하게 두고 더러운 자는 그대로 더럽게 두며 의로운 자는 그대로 의롭게 두고 거룩한 자는 그대로 거룩하게 둘지니라.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 내가 줄 보상이 내게 있어 각 사람에게 그의 행위에 따라 주리라... 그분의 명령들을 행하는 자들은 복이 있나니...”(계 22:10-14a)
“살아계신 하나님의 손 안으로 떨어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로다.”(히 10:31)
“... 이 은혜를 힘입어 우리가 공경하는 마음과 하나님께 속한 두려움으로 받으실 만하게 하나님을 섬길지니 / 우리 하나님은 소멸시키는 불이시니라.”(히 12:29)
(소년 다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