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벌써 한 주의 시작인 주일이다. 이번 주는 참으로 평시보다 더 분주하게 보냈다. 지난 화요일 아침 10시 3분에 교회 지체이신 한 어르신이 이 세상을 떠나 주님 품으로 돌아 가셨다(* 본 교회에서는 60세 이상 되신 분들을 어르신 혹은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수요 기도회와 틈틈이 온 교회가 고인의 회복을 위해 계속 기도하였지만 주님께서는 이 땅에서 어르신의 고통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으시고 평안과 안식의 장소로 인도하셨다.

하나님은 절대 주권자이시다. 그분의 뜻과 계획은 완전하시고 거룩하시고 정의로우시다(시 145:17). 때로는 우리 사람의 머리로는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지만 누구도 하나님의 섭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항의할 수도 없다(신 29:29; 롬 12:33-36). 사람은 사람이고 하나님은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피조물이고 우리의 하나님은 온 우주의 창조주이시며 주재자이시다. 스스로 계실 수 있는 분, I AM THAT I AM은 오직 주 하나님뿐이시다(출 3:14).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오직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고 순종하며 그분께서 하시는 모든 일에 대하여 감사하여야 한다(살전 5:18). 그러므로 구원받은 그분의 성도들의 모임인 교회가 할 일 중의 하나는 주님을 찬양하는 것이다(시 111:1, 149:1).

소천하신 어르신의 장례식은 본 교회 장으로 거행하였다. 일할 사람이 많은 대형 교회라면 교회장 치루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본 교회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회원성도들이 열심히 동참해 주어서 주님의 은혜로 잘 마치게 되었다. 장례 기간 중에 유족들과 함께 다섯 차례의 모임을 통해 어르신을 생각하며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다. [*세상 사람들은 돌아가신 고인을 위해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로마 카톨릭이나 다른 종교에서는 산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의 운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해 무엇인가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의 운명은 이 세상에 남은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더라도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다음 세상의 운명은 육체의 호흡이 있는 동안에 결정이 되는 것이다(눅 16:19-31; 히 9:27).]. 첫날 추모 모임, 둘째 날 아침에 입관(入棺), 저녁에 추모 모임, 마지막 셋째 날 아침 발인(發靷) 그리고 공원묘지에서의 하관(下棺) 때 등 총 5차례의 예배 모임을 가졌다. 그 중에서 둘째 날 입관 때와 셋째 날 하관 때 주님께서 많은 것을 묵상하게 하셨다. 입관 전에 하는 절차가 있다. 염(殮)이다. 염은 종교인들이 주문을 외우거나 기도하는 것이 아니고 시신을 땅에 묻기 위한 한 절차로 ‘시신을 씻고 그 시신에 수의를 입히는 것’을 말한다(* - to wash and shroud the dead body). 두 사람의 능숙한(?) 염사가 염을 할 때 필자도 유족과 함께 현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주일 예배 후에 늘 힘 있게 악수하시고 교회에서 먹는 점심밥이 제일 맛있다고 늘 말씀하시던 어르신, 바른 교회의 중요성을 늘 이야기 하시던 어르신, 그분이 아무 말 없이 거기에 누워계셨다. 이미 그 분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 주님의 품에 안기셨지만 그분의 몸은 부활의 그 때를 기다리기 위하여 땅에 남아 묻히게 되었다. 이 하관(下棺)의 자리에서 필자는 다시 한 번 인생의 본질을 생각해 보았다. 성경 말씀은 수 없이 덧없는 인생의 본질에 관해 기록하고 있다. 들의 풀과 꽃과 같은 인생. 때가 되면 이 땅을 떠나야 하는 인생. 그런데도 잠간 동안의 욕심으로 아귀다툼하듯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어떤 사람들은 썩어질 재물을 위해, 어떤 이들은 사라져 버릴 자신의 명예와 이름을 위해, 어떤 이들은 이 땅에서의 권세와 권력을 위해, 어떤 이들은 허무한 육신의 쾌락과 즐거움을 위해 ... 인생의 목표가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그 목표를 얻기 위해 수고 하고 애쓰면서 한 평생을 보낸다.

인생의 본질을 깨닫고 인생의 바른 방향을 정하고 싶은 사람들은 방문할 곳이 몇 곳 있다. 인생살이가 힘들고 어려워 낙심되거나 비관이 되면 재래시장을 방문해 보라. 어려운 가운데 치열하게 그러나 열심히 사는 시장사람들을 보고 힘을 얻으라. 그래도 힘이 나지 않으면 병원을 방문하라. 특히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을 방문해보라. 그래도 깨닫지 못하면 이제는 장례식장을 찾아가 보라. 묘지에서 하관하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한 사람의 몸이 한 줌의 재로 변하는 화장장을 방문해보라. 그러면 인생의 본질을 깨닫게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하며 다가올 세상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좋은 이름이 귀한 향유보다 낫고 죽는 날이 사람의 태어난 날보다 나으니라. / 애곡하는 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그것은 모든 사람의 끝이므로 살아있는 자가 그것을 마음에 두리라.”(전 7:1-2)

장례 마지막 날은 봄 비가 부슬 부슬 내렸다. 묘지에서 하관을 할 때 여기저기서 유족들과 친지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복음을 알고 구원받은 미망인 되신 어르신과 두 남매는 크게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관을 땅에 안치하고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다. 꽤 많이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 서너 분을 제외하고는 아직 구원받지 못한 분들인 것 같았다. 부활의 소망을 가질 수 있는 죄사함을 복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속죄의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부활의 소망을 담고 있는 찬송 두 곡이 힘차게 묘소 주위에 울려 퍼졌다. 하관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생명의 씨앗이 심겨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큰 소리로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을 선포하였다.

어르신은 이제 우리 곁을 떠나셨다.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 주님과 함께 계시고 몸은 공원묘지에 묻히시어 영광의 부활의 날을 기다리고 계신다. 아! 놀라운 부활의 진리, 가슴 벅찬 부활의 소망. 그날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죽음이 영원히 정복될 그 부활의 날이 우리 앞에 다가 오고 있다(살전 4:13-18; 고전 15:51-54).

“오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오 무덤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O death, where is thy sting? O grave, where is thy victory?) (고전 15:55)

끝으로 우리 곁을 떠나신 어르신을 잠시 기리면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필자는 목회자 개인으로서 그리스도 안에서 그 분을 사랑하고 존경하였다. 그분이 뛰어난 능력을 가지신 특별한 성도였기 때문이 아니라 평범한 어르신이셨지만 분명한 하늘의 소망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이다. 이 분은 젊어서 한국을 떠나 멀리 태평양의 작은 섬 사이판으로 이주하셔서 거기에서 미국 독립침례교회 선교사님이 세운 교회를 알게 되어 신앙생활을 시작 하셨다. 그 교회는 성경을 믿고 가르치는 근본적인 독립침례교회(Fundamental Independent Baptist Church)였다. 그 교회의 사역을 통해 구원받으시고 두 남매를 그 교회에 부설된 학교에 보내 가르치셨다. 장례 마지막 날 그분의 아들(현 35세, 1남 2녀의 아버지, 미국 텍사스에서 사는 교포)은 그 때의 교육을 회상하며 ‘비록 크지 않은 작은 학교였지만 참 공부를 열심히 시켰고 그 때 성경말씀을 참 많이 외웠다. 아니 외울 수밖에 없었다’라고 하며 그 교회와 학교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하였다. 이런 저런 배경과 경험으로 어르신은 지역 교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신 분이셨다. 사이판에서 사실 때 언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한국인 교회를 세우기를 간절히 소망하셨고 필자에게 몇 번인가 암시를 주셨다(*어르신은 영어를 하는 교회에 출석하셨지만 언어로 인해 늘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하셨다). 그 뒤로 필자는 그곳에 한인 교회를 세우는 문제를 놓고 기도하면서 한 번 그곳을 방문 해 보고 싶었다. 그 뒤 어르신이 몸이 약해지셔서 더 이상 의료체계가 좋지 않은 사이판에 머무르실 수 없어 한국으로 이주하시게 된 후에는 그 곳에 교회를 세우는 일은 이제 아쉬움으로만 남는 과거가 되었다. 그러나 어르신은 이제 주님의 품으로 가셨지만 그 곳에 바른 교회가 세워져야 하는 필요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곳에 한인 대상 교파 소속 교회가 몇 개 있지만 여전히 그 곳에 한국어를 사용하는 우리 동포들을 위한 바른 교회가 필요하다. 어르신의 이 땅에서의 기도 제목중의 하나였던 바른 교회가 그 곳에 세워지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본 교회와 함께 필자가 기도하는 여러 제목 중의 하나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곳곳에 바른 교회가 세워지는 일이다. 바른 성경을 믿고 가르치는 바른 교회가 국내에는 최소한 중대 도시 이상에, 해외에는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에 최소한 한 개 이상 세워지는 것이다.

이 봄에 한 어르신 성도가 우리 곁을 조용히 떠나셨지만 그분이 우리에게 남겨주고 가신 인생의 본질에 관한 진리와 주님의 몸인 지역교회의 중요성에 대한 교훈은 우리에게큰 우레로 남아 있다. 모든 영광과 존귀를 오직 주님께만 돌리며 ...

                                                                                                                                            2010. 4. 3      - 목동 다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