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행 9:7 “그와 함께 길을 가던 사람들은 음성만 듣고 아무도 보지 못한 채 말을 못하고 서 있더라.”(And the men which journeyed with him stood speechless, hearing a voice, but seeing no man.) / 행 22:9 “나와 함께 있던 사람들은 참으로 그 빛을 보고 두려워하였으나 내게 말씀하신 분의 음성은 듣지 못하였더라.”(And they that were with me saw indeed the light, and were afraid; but they heard not the voice of him that spake to me.) → <주장> 음성을 들은 것인가, 듣지 못한 것인가? 둘 중의 하나는 오류가 아닌가?

◈ 상기 성경말씀은 유대교 열심자 사울이 그리스도인을 잡으러 시리아의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서 극적으로 그리스도인 바울로 변한 사건을 기록한 것이다. 첫 번째 기록(행 9장)은 누가가 하나님의 영감으로 제 3자의 입장에서 기록한 것이고 두 번째 기록(행 22장)은 사건의 당사자인 바울이 예루살렘의 군중들에게 자신이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서 경험한 사건을 간증하고 있는 내용이다. 얼핏 보면 두 기록이 서로 모순처럼 보인다.

사도행전 9장은 사울과 함께 동행한 사람들이 ‘어떤 한 소리’(a voice)는 들었지만 ‘사람은 아무도’(no man)도 보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에 반해 22장에서 바울은 자기와 함께 한 사람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쏟아진 빛을 보았으나 바울에게 말씀하신 주님의 음성은 듣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서 하늘에 갑자기 나타나신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상은 유대교인 사울로서 그와 일대일 대화를 나누신 것이다. 그러나 하늘 문이 열리고 빛이 쏟아지는 놀라운 현상으로 인해 사울과 함께 가던 사람들은 무엇인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두려워하였지만 주님께서 바울에게 말씀하신 내용은 알아 들지 못했다. 그들은 어떤 물리적인 소리를 들었지만(행 9:7) 그것이 주님께서 바울에게 말씀하신 음성인지는 알지 못했다. 곧 주님께서 사울과 대화를 나눈 것과 그 내용이 무엇인지 듣지 못했다는 뜻이다(행 22:9). 이와 유사한 현상이 기록된 곳이 있다. 예수님께서 혼이 괴로우셔서 아버지께 기도할 때 하늘에서 아버지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버지께서 예수님에게 말씀하신 것을 예수님은 알아들으셨지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하늘에서 나온 아버지의 음성을 듣고 그것을 천둥이 쳤다고 하거나 천사가 예수님께 말한 것이라고 하였다(요 12:27-30). 그들은 물리적인 어떤 소리는 들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리였는지 알지 못했다.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서 하늘에서 들려온 음성을 동행한 사람들이 분명히 들었지만 그것이 아버지께서 예수님께 하신 음성이라는 것은 알 길이 없었다는 것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두 성경기록은 모순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