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

                                                                     
                                                            고난 속에서 비치는 말씀의 빛

“나의 고난 중에 이것이 내 위로가 되었사오니 주의 말씀이 나를 살리셨나이다.” (시 119:50) (This is my comfort in my affliction: for thy word hath quickened me.)

   마음 한 구석에 무엇이 늘 매어달려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마음의 부담 때문일 것이다. 이 무거움은 잘 지워지지 않고 되살아나는 마음의 상처, 이른바 심리적인 트라우마(trauma)다. 인생의 특성상 살면서 마음의 아픔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어느 상처보다도 가까운 사람에게서 배신을 당할 때의 상처는 더 깊고 오래간다. 다윗이 체험한 것이고 바울이 체험한 것이고 우리 주님께서 체험하신 아픔이다. 이 아픔을 잊고 싶고 그 무거움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른다.

누구든지 잠을 자다가 가위에 눌린 적이 있을 것이다. 가슴을 눌러오는 가위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본다. 무엇인가 가슴 속에 맺힌 것을 시원하게 털어 내고 싶지만 어떻게 할지를 모르면서 마음만 점점 답답해지는 것을 숨길 수 없는 사람이다.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것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방법은 알지만 그 방법대로 할 능력이 없음을 알고 더욱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마음에 매어달인 부담이 있지만 그 부담을 해소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내가 행하는 것을 내가 인정하지 아니하노니 이는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행하지 아니하고 내가 미워하는 것을 내가 행하기 때문이라”(롬 7:15)

   지난 몇 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면... 그렇게 고통을 느끼면서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무기력하게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어떤 한 사람을 발견한다... 그것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이었다. 어디에선가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노력해보지만 한 번 마음에 깊이 새겨진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가 않는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상처가 아물고 새 살이 나오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기도를 한다. 무릎은 꿇는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가 집요할 정도로 다시 살아나 어떻게 기도할지를 모른다. 기도를 하되 기도 속에도 방황하는 자신을 바라 볼 때가 있다. 그저 ‘하나님, 하나님’만 부르다가 겨우 ‘긍휼을 베풀어 주소서, 도와주소서’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너무 부족하고 무능함을 느낀다. 시편 기자 다윗의 고통 속에서 부르짖는 모습은 어떠했을까 상상해본다.

“나를 모욕한 자가 원수가 아니었으니 원수였더라면 내가 참을 수 있었으리로다. 나를 향하여 자기를 높인 자가 나를 미워한 자가 아니니 나를 미워한 자였더라면 내가 그를 피하여 숨었으리로다. 오직 그것은 곧 너니 나와 동등한 자요, 나의 안내자요, 내가 아는 자로다. 우리가 서로 다정히 의논하고 함께 하나님의 집으로 갔도다... 그가 자기의 두 손을 내밀어 자기와 화목한 자를 치고 자기의 언약을 깨뜨렸도다. 그이 입의 말들은 버터보다 미끄러우나 그의 마음속에는 전쟁이 있으며 그의 말들은 기름보다 부드러우나 실상은 꺼낸 칼이었도다...” (시 55:12-14, 20-21)

거듭난 선한 “나”를 괴롭히는 옛 육신의 자아인 또 다른 “나”의 끈질긴 모습을 바라보면서 고통스럽게 부르짖었던 사도 바울의 모습도 떠올려 본다.

“오 나는 비참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 내랴?” (롬 7:24)

그러나 이렇게 답답하고 앞이 캄캄해 보일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세상 사람들이 결코 갖지 못하는 영적인 특권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이다. 그렇다. 분명히 그렇다. 우리의 소망은 주님과 그분의 말씀 안에서만 찾을 수 있다. 아무리 궁리해도 다른 방법이 없다. 부르짖던 다윗도, 괴로워하던 사도 바울도 그러한 결론을 내린다.

“네 짐을 주께 맡기라. 그러면 그분께서 항상 너를 붙드시고 의로운 자가 흔들리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 오직 나는 주를 신뢰하리이다.” (시 55:22, 23b)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를 통하여 내가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그런즉 이와 같이 내 자신이 생각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섬기되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 (롬 7:25)

온전히 주님을 신뢰하고 전폭으로 주님의 말씀을 의지할 때 비로소 눈이 떠져 내 힘으로, 내 지혜로 무엇을 해결하려고 하는 나의 누추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주님의 말씀의 빛이 나를 비출 때 비로소 무능하고 불쌍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아, “나를 강하게 하시는 그리스도를 통해” 일을 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지혜를 자꾸 잊어버리고, 내가 주인이 되어 일할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가는 무능한 자아가 여기 있다.

“나를 강하게 하시는 그리스도를 통해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

이때 주님의 말씀이 다가와 힘들어 하는 나의 등을 두드려 혼미한 꿈에서 깨워 일으킨다. 말씀으로 깨우치고 정신을 차리는 것, 이것이 생명의 말씀이 있는 하나님의 자녀들의 복이다.

“나의 고난 중에 이것이 내 위로가 되었사오니 주의 말씀이 나를 살리셨나이다.”(시 119:50)

모든 영광과 존귀를 오직 나를 구원해주신 주 하나님께 돌린다.

                                                                                       (2013. 2. 15) (목동 다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