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

인생의 황혼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이제 네 젊은 날들에 네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재난의 날들이 이르기 전에 혹은 네가 말하기를, 내가 이 해(年)들을 기뻐하지 아니하노라, 하는 그런 해들이 가까이 이르기 전에 /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기 전에 혹은 비가 온 뒤에 구름들이 되돌아오기 전에 기억하라.” (전 12:1-2)(Remember now thy Creator in the days of thy youth, while the evil days come not, nor the years draw nigh, when thou shalt say, I have no pleasure in them; While the sun, or the light, or the moon, or the stars, be not darkened, or the clouds return after the rain:)

요즈음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膾炙)되는 주제가 하나 있다. 노인문제 혹은 노령화(老齡化) 혹은 고령화(高齡化)문제다. 비슷한 용어라도 ‘노인문제’라고 하면 너무 노골적인 느낌이 들고 ‘고령화문제’라고 하면 심각성이 덮여지는 느낌이 있다.

며칠 전 어느 신문에 실린 한국의 고령화 사회에 관한 특집기사를 읽어보았다. 새삼스럽게 인생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동시에 필자도 이 문제가 강 건너 불구경하던 시기는 지났기 때문인지 글을 읽으면서 내내 쓴 웃음을 지울 수 없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여성의 72%는 ‘늙은 남편이 부담스럽다’고 고백했고 설문대상 남자들도 66%가 스스로 ‘아내에게 짐이 된다’고 자인(自認)하였다. 이와 함께 그 기사에는 점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풍자적(諷刺的)으로 묘사한 몇 개의 우스갯소리 신조어(新造語)들이 소개되었다. 남자가 직장을 정년퇴직한 뒤에 거실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을 가리켜 ‘공포의 거실남(居室男)’이라고 한다고 한다. 집밖을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거실에서만 어정거리는 늙은 남편은 아내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거실남’이 될 만하다. 또 집밖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만 있으니까 늘 파자마를 입고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그 옆에 가서 귀를 쫑긋하고 듣는 사람을 지칭하는 ‘파자마 맨’도 있고, 또 어디 딱히 갈 데도 없고 뭐 할 일도 없어 오직 아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정년(停年) 미아(迷兒)’도 있으며, 또 종일 집에만 머물면서 은근히 아내가 자신과 놀아주기를 기대하는 ‘늙은 미취학 아동’도 있다. 또 하루 세 끼 집에서 밥을 차려달라고 하는 ‘삼식(三食)이’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자신들을 희화(戱畵)하는 세태에 충격을 받고 분노하는 남자들도 있다. “평생 고생하며 가족을 먹여 살렸는데, 은퇴하고 돈 못 버니 아내들의 괄시가 시작됐다”며 여자들의 이기주의와 사회의 각박한 분위기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는 남자들이 있다.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에 지난 1년간 상담을 요청해온 남성의 44%가 60대 이상 노인들인데, 부부 갈등과 이혼을 고민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그중에서도 혼인기간이 25년 이상 된 남성 내담자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랴? 본 필자도 남자로서 늙은 남편의 안쓰러운 모습이 희화(戱畵)되는 이런 현상에 입맛이 씁쓸하지만 이런 현상은 거슬릴 수 없는 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변호하는데 목소리를 높이면 높일수록 은퇴한 남자들의 모습은 더 초췌해 보일 수 있다. 항변한다고 실제 희화화(戱畵化)되는 현실이 변화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의연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그 현실을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것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공포의 거실남’ ‘파자마 맨’ ‘삼식이’와 같은 현상은 20~30년 전만 해도 생각하기 힘들었던 고민이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30년 전인 1980년만 해도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66세로서 은퇴 후 부부가 함께 사는 시간이 채 10년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건강과 생활수준의 향상, 그리고 의술과 건강보험제도의 발전 등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90~100세 시대'가 이제 눈앞에 다가 왔고, 50세 안팎에 조기 퇴직하는 현상까지 겹치면서 은퇴 후 부부가 함께 사는 기간이 30~40년에 달하는 ‘초장기(超長期) 노인부부’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이 와중에서 늙은 노부부 사이의 갈등이 많이 표출되어 최악의 경우 황혼이혼이라는 불행한 결말을 맞는 경우도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1995년 100여건에 불과했던 65세 이상 여성의 이혼 건수는 작년 2010에는 1,700여건으로 늘어났다. 전에는 통념으로 인정되었던 가부장적 권위는 이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권위적인 남편의 가부정적인 태도는 법정에서도 단죄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76세 아내가 80세의 권위적인 남편을 상대로 청구한 이혼소송에서 아내의 손을 들어 주었는데 그 판시의 주된 근거로 80세의 남편이 76세의 아내에게 6년 동안 메모지로 살림 지시를 내린 것을 들었다. 남편은 '생태는 동태로 하고 삼치는 꽁치로 바꿀 것', '두부는 비싸니 각종 찌개에 3, 4점씩만 넣을 것' 등의 메모로 아내를 통제했고, 법원은 이런 것을 이혼사유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본 필자의 견해로는, 세상 법정에서는 누가 승소하고 패소하였든 간에 수 십 년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는 쌍방 모두 자신들의 인생의 법정에서는 패소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이제는 황혼의 노부부(老夫婦)도 남은 인생살이에서 상호간 평화공존(平和共存)과 갈등관리(葛藤管理)라는 주제를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는 교훈은 얻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본 필자도 어느 새 ‘공포의 거실남’ ‘파자마 맨’과 같은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 우리 서로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여 이 문제를 건전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모을 때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누구 일방의 잘못이 아니라 은퇴 이후 30~40년을 함께 살아야 할 부부가 서로에게 적응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빚어지는 갈등이라고 진단한다. 의미 있는 분석이라고 생각된다.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눈 뜨면 회사에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던 남편과 갑자기 하루 종일 함께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 다 길러 출가시키고 남편 사회생활을 뒷바라지하다 보니 어느새 젊은 시절은 다 지나가고 할머니가 되었는데 늙은 아내는 다시 은퇴한 남편을 위해 새로운 내조를 시작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은퇴하여 집에 있는 남편과 같이 지내야 하고 점심과 저녁밥까지 차려줘야 하고, 직장에서 퇴직하고 의기소침해 있는 남편의 기분도 살려줘야 하는 일은 늙은 아내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점은 모든 남편들이 인정하고 아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러나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남편도 직장을 퇴직하여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가족과 국가를 위해 앞 만 보고 달려온 경제발전의 주역’으로만 살아온 남자들은 대부분 일은 열심히 했지만 혼자서 놀 줄도 모르고, 혼자 살 수 있는 자생력(自生力)도 기르지 못한 상태로 은퇴를 맞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라면 끓이는 법을 제하고는 세탁기를 어떻게 돌리고, 압력 밥솥을 어떻게 사용하고 숟가락이 어디 있는지, 두통약 같은 비상약이 어디에 두었는지, 메리야스, 팬티, 양말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를 만큼 집안 살림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본 필자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남편이 나이가 들어 퇴직을 하고 가정에 있는 시간이 많게 되면 아내뿐만 아니라 남편도 함께 인생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아주 기본적인 해법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은 서로를 더 잘 알아가고 이해하는 노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여자 입장에서 보아 가사 일의 모든 것을 아내에게 전담시켜온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성별 분업이 ‘명절증후군(名節症候群)’ '은퇴남편증후군(隱退南便症候群)' 등의 본질이라는 어느 전문가의 주장에 남편들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남성들은 은퇴하고 대부분의 ‘공포의 거실남(居室男)’ ‘파자마 맨’으로 집안에 있으면서도 가사 일은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남성들의 가사노동시간은 약 1시간으로 1시간 49분인 미국이나, 2시간 48분인 영국의 은퇴 남편들보다 훨씬 짧다. 특히 아내들이 하루 평균 1시간 43분을 음식 준비하는 동안 은퇴 남편은 단 17분만 거든다고 한다. 시대는 비민주적인 가부장적(家父長的) 권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부부간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한쪽만의 희생을 요구하는 부부관계는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남자 입장에서 보면, 퇴직 후 갑자기 변한 일상생활은 그 자체가 충격이다. 남편은 그 충격을 완화하고 극복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 필요한데 아내 쪽에서 그런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조급하게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이 많게 되면 남편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사실 우스갯소리로 나이가 들면 남편과 아내의 위치는 역전이 되어 남자는 고양이에서 쥐의 신세로 떨어지고 아내는 쥐에서 고양이로 바뀐다고 한다. 그러나 쥐를 쫓을 때 너무 갑작스럽게 출구가 없는 막다른 곳으로 몰아가면 절망적인 쥐는 이판사판 고양이에게 덤벼들 수 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항상 순간적으로 돌출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점을 감안하여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여유를 주는 것도 문제를 풀어가는 지혜중의 하나다. 이런 태도는 남자나 여자 모두에게 해당된다.

고령화 문제를 접근하기 위해서는 또 부부의 의미를 다시 깊이 생각해보는 것도 꼭 필요하다. 하나님께서 아담과 이브를 통해 첫 가정을 세우셨을 때 중요한 원리를 하나 세우셨다. ‘열 효자보다 악처가 낫고, 열 효자보다 천덕꾸러기 남편이 낫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자녀보다 배우자가 도덕적으로 우수하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가정의 한 원리 면에서 그러하다는 뜻 일게다. 낳고 기른 자녀는 때가 되면 자신의 짝을 찾아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또 다른 가정을 세워나가야 한다. 하나님께서 죽음이 갈라놓기 전까지 평생을 한 몸이 되어 한 지붕아래에서 살게 하신 것은 가족 중에서 남편과 아내뿐이다. 함께 살지 못하게 되어있는 자녀가 아무리 효도하는 자녀라도 평생을 한 몸으로 살아가도록 정해진 남편이 좀 짐이 되는 남편이라도 아내에게는 더 이상 좋은 짝이 없고, 또 아내가 좀 부족하더라도 남편에게는 더 이상적인 반려자(伴侶者)가 없다. 사람을 창조하시고 가정과 가족관계를 세우신 하나님께서 선언하신 것에 누가 이의를 달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남자가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자기 아내와 연합하여 그들이 한 육체가 될지니라.”(창 2:24)

“말씀하시기를, 이런 까닭에 남자와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자기 아내와 연합하여 그들 둘이 한 육체가 될지니라, 하신 것을 너희가 읽지 못하였느냐? 그런즉 그들이 더 이상 둘이 아니요, 한 육체이니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마 19:5-6)

이것이 사람들이 무너뜨릴 수 없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원리이다. 하나님께서 진리로 세우신 것을 무너뜨리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불행해진다. 완전하신 하나님께서 나에게 짝 지어주신 나의 배우자가 나의 가장 적합한 “합당한 협력자”(an help meet, 창 1:20)라는 사실을 믿고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어떤 부부든 결혼제도를 만드시고 두 사람을 짝지어 주시는 하나님의 선하심과 완전하심과 거룩하심을 믿으면 부부생활은 일차 평안해질 수 있다. 하나님께서 한 평생을 한 몸으로 살게 짝지어주신 내 남편, 내 아내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다. 또 부부간의 사랑은 자동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노력할 때 꽃이 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랑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절대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랑은 서로 관심을 갖고 또 실천하고 노력해야 열매가 열린다. 또 사랑은 자신을 부정하고 상대를 높일 때 그 열매를 맺는다. 사랑은 상대방을 위해 나를 희생 양보하고 상대방에게 오래 참고 친절해야 열매가 맺는다(고전 13:4a“사랑은 오래 참고 친절하며”). 사랑은 최소한 “상대방에게 무례히 행동하지 아니하고 자기 것을 추구하지 아니하며 쉽게 성내지 아니”할 때(고전 13:5) 자기의 길을 자유롭게 간다. 사랑은 모든 사람이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멀리 있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전에 먼저 일생의 반려자를 먼저 사랑하려고 애쓰는 것이 도리다. 다른 사람들에게 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서 짝지어주신 자신의 남편, 아내에게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어 주는” 하나님의 사랑을 베풀어주어야 한다.

이렇게 노인문제, 고령화 문제도 일차 해당되는 부부사이에서부터 상호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 물론 홀로된 노인문제는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공포의 거실남(居室男)'같은 노인문제는 부부사이에서 먼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국가적인 정책과 제도를 도입해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누구든지 나이가 들게 되어있고 나이가 들면 누구나 피할 수 없이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가게 된다. 아무도 늙기 싫다고 젊은이로 머무를 수 없다. 태양은 아침에 동쪽에서 웅대하고 힘차게 솟아오른다. 젊을 때는 누구나 이렇게 눈부시게 솟아오르는 태양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 태양은 중천 하늘을 지나 저녁이 되면 서쪽으로 기울어 간다. 늙을 때는 본성적으로 서서히 지평선 너머로 기울어가는 태양을 바라본다.

은퇴하고 거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은 이제 인생의 지평선에 서서 지는 해가 드리우는 황혼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는 뜻이다. 멜랑콜리해질 수 있는 시점이다. 젊은 때의 인생도 그 인생의 본질상으로는 늙었을 때와 다름이 없지만, 사람들은 흔히 인생의 황혼에 서면 덧없는 인생의 본질에 더 깊이 동감하게 된다. 삶의 황혼에 서서 땅을 바라보면 인생의 허무성(虛無性), 유한성(有限性)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황혼기에 우울해지고 절망하고 낙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생의 황혼은 우울하고 슬픈 것 만 아니다. 아침 해가 떠오를 때 그리고 그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는 우리의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기 어렵다. 그러나 황혼에 기울어져 가는 해는 편하게 바라볼 수 있다. 더욱이 지는 해를 똑똑히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황혼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태양은 아침에 떠오를 때 힘이 있고 밝지만 질 때는 비록 아침 해처럼 힘이 있고 눈부시지는 않더라도 아침 해와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지는 해는 아침 해처럼 강렬하고 뜨겁지는 않지만 황혼의 아늑함과 평안함을 주위에 선사한다.

인생도 젊은 때만 좋은 것이 아니다. 인생은 젊은 때를 지나 늙어가는 때도 좋은 것이다. 젊은 인생처럼 신선함과 생기발랄함은 부족하지만 나이든 인생은 나름대로 멋스러움과 완숙함의 맛이 있다. 그래서 황혼이 아름답듯 인생의 황혼도 아름답다. 시인이나 문학가는 자신의 재주로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지만, 그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사람이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하는가의 관점이 아니고 하나님의 관점에서 인생의 황혼이 아름다워야 한다. 하나님의 관점은 유한의 관점이 아니고 영원한 관점이다. 이 영원의 관점이 아니면 인생 황혼의 아름다움이 자칫 언어유희(言語遊戱)에 그칠 수 있고 철학적인 사유(思惟)에 그칠 수 있다. 이 우주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온 생물의 호흡과 혼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바라보시는 관점 곧 영원한 관점에서 인생은 아름답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은퇴 후의 삶을 걱정하지 않을 만큼 재물이 있고 또 노년을 즐길 수 있는 건강이 있더라도 영원한 하늘의 소망이 없는 사람은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참으로 불쌍한 사람들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아무리 건강해도 이 땅에서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지 육이 죽어 하나님 앞으로 가야 한다.

“한 번 죽는 것은 사람들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뒤에는 심판이 있나니”(히 9:27)

다음 세상을 맞이할 때 받을 심판을 지혜롭게 대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노년을 헛되이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노년 은퇴 후의 삶의 가장 기본적인 준비는 하나님을 만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암 4:12b “네 하나님 만나기를 예비할지니라.”). 부부가 함께 노년을 보낸다면 이 준비를 확실히 하며 살 수 있도록 서로를 살펴주고 격려해주는 삶은 참으로 아름다운 삶이 될 것이다. 주님의 오심을 고대하며 주님과의 벅찬 만남을 그리는 사람들은 비록 나이 들어 신체적으로 심장의 박동은 느리더라도 영혼의 박동은 점점 더 힘차게 뛸 것이다.

인생의 황혼에 서 있다면 이제 하늘을 바라보자!

“인생을 주장하시고 섭리하시는 주님!
이 땅의 젊은이들을 복주시되 더욱 인생의 황혼에 서있는 노인들을 복주시고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젊은이들은 인생의 황혼의 때를 미리 지혜롭게 준비하게 하시고 나이든 사람들은 인생의 황혼을 평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다시 오실 주님을 고대하며 사는 믿음을 주시옵소서!”

                                                                                                                                                                                                      (2011. 11. 24 목동 다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