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신 10:6 “아스라엘 자손이 야아간 자손의 브에롯에서 이동하여 모세라(Mosera)에 이르렀더니 아론이 거기서 죽고 거기 묻혔으며 그의 아들 엘르아살이 그를 대신하여 제사장의 직무로 섬기니라.” / 민 20:25-26 “아론과 그의 아들 엘르아살을 데리고호르(Hor) 산에 올라가 아론의 의복들을 벗겨 그의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히라. 아론은 거기서 죽어 자기 백성에게로 거두어지리라. 모세가 주께서 명령하신 대로 행하고 그들이 온 회중의 눈앞에서 호르 산에 오르니라. 모세가 아론의 의복들을 벗겨 그의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히매 아론이 거기서 그 산의 꼭대기에서 죽으니라...” / 민 33:38-39 “이스라엘 자손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지 사십 년째 되는 해 다섯째 달 첫째 날에 제사장 아론이 주의 명령대로 호르 산에 올라가 거기서 죽었으니 아론이 호르 산에서 죽던 때에 나이가 백이십삼 세였더라.” → 아론이 죽은 장소를 성경은 서로 다르게 기록하고 있다. 모세라인가, 호르 산인가?

◈ 신명기 10장 6절의 내용은 모세가 시내 산 근처에서의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아론이 죽은 장소가 모세라(Mosera)로 되어 있다. 그러나 민수기에는 아론이 호르(Hor) 산에서 죽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을 성경의 오류라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모세라’도 맞고 ‘호르’ 산도 맞는 장소이기 때문에 신명기의 기록이나 민수기의 기록 모두 문제가 없다. 모세라와 호르 산은 지리학적인 정보도 부족하고 지금까지 고고학적 탐사도 없어 정확히 어디를 가리키는지 불분명하다고 한다. 그러나 모세라와 호르 산의 정확한 위치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두 지역이 이름은 달라도 연결된 지역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모세라(Mosera)는 모세롯(Moseroth, Mosera의 복수형, 민 33:30-31)과 같은 장소로서 호르 산 인근에 접한 지역으로 여겨진다(*Wycliffe Bible Dictionary).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서든지 동일한 지역이 두 개 이상의 이름이 있거나 그보다 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서울이 전에는 한양, 경성, 한성 등으로 불려졌다. 또한 어디 지역에나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의 지역 안에는 좁은 범위의 이름이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어떤 사람의 출생지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현리’라면,어떤 때는 태어난 곳이 산 좋고 물 좋은 ‘강원도’라고 할 수 있고, 또 ‘인제’라고 할 수도 있고, 더 좁혀서 ‘기린’이라고 할 수 있고, 더 좁혀서는 ‘현리’라고도 할 수 있다. 설악산은 한 봉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개의 산과 봉우리 등 여러 곳(대청봉,귀때기청봉, 화채봉, 장수대, 마등령, 한계령 등)을 포함하는 명칭이다. 설악산은 설악산맥에 속해 있고 설악산맥은 더 넓은 범위의 태백산맥에 속해 있다. 설악산 대청봉을 등반한 사람이 설악산에 갔다 왔다고 해도 잘 못된 것이 아니고 대청봉을 등반하고 왔다고 해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지명을 다르게 말한다고 해서 오류라고 주장하는 것이 오류다.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시내(Sinai) 산과 호렙(Horeb) 산도 비슷한 경우이다. 모세가 처음으로 하나님을 만나고(출 3:1 “하나님의 산 곧 호렙에 이르고”) 후에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곳인 호렙 산(신 5:2)과 시내 산(출 19:18, 30, 23, 24:16, 31:18)은 성경에서 서로 대체적으로 쓰일 수 있는 이명동소(異名同所)로 나온다. 범위로 구분한다면 시내 산은 좁은 범위의 하나의 산이고 호렙 산은 몇 개의 산들로 구성된 호렙 산지(혹은 산맥)로 보인다.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곳이 시내 산이라고 하든 호렙 산이라고 하든지 오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