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삼상 28:15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르되, 네가 어찌하여 나를 위로 데려가려고 나를 요동시키느냐? 하니 사울이 대답하되, 내가 심히 곤궁하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행할 일을 당신이 내게 알려주시도록 하기 위해 내가 당신을 불렀나이다, 하니라.” → 죽은 사무엘이 살아있는 사울에게 나타난 사건(삼상 28:5-20)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실제로 죽은 사무엘이 엔돌의 부리는 영을 지닌[신접한] 여인의 이른바 강신술(강령술, spiritualism, spiritism, necromancy)에 의해 땅속에서 위로 불려 올라온 것인가? 아니면 사울 앞에 나타난 사무엘은 가짜 영인가? 실제의 사건이라면 하나님의 위대한 대언자 사무엘이 신접한 여인의 주술에 의해 끌려 다닐 수 있다는 것인가?

◈ 대부분의 성경학자나 주석가들은 오늘의 주제가 성경 속에 있는 난제 중의 난제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이 사건은 사울 왕이 죽음을 앞두고 일어난 사건이다(삼상 28:19, 31:1-6). 이스라엘의 영적 지도자 사무엘이 죽은 뒤 사울 왕은 이스라엘을 침공한 블레셋 군대를 보고 두려워서 하나님께 여쭈었으나 아무 대답을 얻지 못하여 심리적으로 매우 두렵고 곤궁한 상태에 있었다(삼상 28:3-6, 15).이렇게 답답한 상황에 처한 사울 왕은 어떤 답을 얻기 위해 신하들에게 부리는 영을 지닌 여인을 찾으라고 명령한다(삼상 28:7). 사울 왕 자신이 전에 부리는 영을 지닌 자들과 마술사들을 이스라엘 땅에서 죽이거나 쫓아냈었는데(v.3b, 9) 이제는 마음이 얼마나 곤궁하였는지 일반인으로 변장한 채 신접한 여인을 직접 찾아 가서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찾으려했다. 사울 왕은 이런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사무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이미 죽은 사무엘을 불러올리기 위해 신접한 여인을 찾은 것이다. 사울의 이런 행동은 그가 두 주인을 섬기는 종교인의 전형임을 보여준다. 하나님을 인정하지만 또 동시에 거짓 신을 따른 사람이다. 하나님의 대언자를 찾아 하나님의 뜻을 구하지만 동시에 자기의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마귀의 힘도 서슴없이 빌리는 사람이다.

사탄은 능력 있는 피조물로서 얼마든지 사람들을 속이는 신비한 일을 할 수 있다(살후 2:8-10; 출 7:11, 22, 8:7). 피조물인 마술사나 부리는 영을 가진 사람들이 피조물 사탄의 능력을 힘입어 거짓 기적과 능력을 행할 수 있다면 창조주 하나님께서 기적을 행하시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은 사람 편에서는 기적이지만 하나님 편에서는 기적이 아니다. 그러한 점에서 하나님께서 목적하시는 메시지를 전하시기 위해 이 사건을 허락하신 것이라면 여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이미 육체가 죽어 땅에 묻혔으나 영혼은 스올 곧 하데스의 낙원[*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이 육체가 죽은 뒤에 이곳에서 장차 그리스도가 부활하실 때 하늘로 옮겨지기 전까지 기다리던 곳]에 있던 사무엘이 하나님의 허락하심에 따라 그곳을 떠나 사울 왕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려고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사무엘은 살아있을 때에 사울 왕이 하나님께 불순종하여 버림을 받은 뒤에 그 사실을 슬퍼하였지만 사울이 죽기 까지 만나지 않았다. “사무엘이 사울이 죽는 날까지 그를 보려고 다시 가지 아니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울을 위하여 애곡하였더라...”(삼상 15:35) (And Samuel came no more to see Saul until the day of his death: nevertheless Samuel mourned for Saul...). 사울 왕이 사무엘과 함께 있는 다윗을 잡으려고 라마의 나욧에 있는 사무엘을 찾아 간적은 있지만 사무엘을 만나 하나님께서 자신을 왕에서 폐위하실 것이라는 계획을 그에게서 듣지는 못했다(삼상 19:22-24).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해야 하는 사무엘이 사울이 죽는 날까지 그를 보지 않았다는 것은 사울이 죽을 때에는 대언을 할 것이라고 뜻으로도 해석할 수 도 있다(Dr. Geradus D. Bouw).

그러나 사무엘이 땅에서 올라온 것은 엔돌 지방에 있던 ‘부리는 영을 지닌 여인’의 강신술 혹은 주술의 힘에 의해 올라온 것이 아니다. 성경은 그녀가 사무엘을 부르려고 주술을 했다는 사실을 기록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가 갑자기 나타난 사무엘을 보고 놀라면서 사울 왕이 자신을 속였다고 소리를 지른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v.12). 그녀는 땅 속에서 신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고 그의 모습이 겉옷[대언자가 입은 옷]을 입은 노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v.13-14).

결론적으로 이 사건과 관련된 성경기록들을 종합해보면 조심스럽게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이 사건의 사무엘은 실제로 죽은 사무엘이지만 여인의 주술의 힘으로 올라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특별한 계획 가운데 죽음을 목전에 둔 사울 왕에게 올라오게 한 것이다(cf. 이것은 눅 16:26의 말씀과 상치되지 않음. 눅 16:26의 말씀에서 아브라함은 하데스 안에서 구분되어 있는 낙원 곧 거지 나사로가 죽어서 간 곳과 지옥 곧 부자가 죽어서 간 곳 사이에는 서로 오갈 수 없다고 한 것임.). 하나님께서는 하데스의 낙원에 있는 사무엘을 다시 땅에 있는 사울에게 보내서 사무엘이 살아있을 때 악한 왕이 된 사울에게 선포하지 못했던 메시지를 전하게 하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특별한 상황으로 일반화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하나님은 전능하시고 절대주권을 가지신 분이라 사람이 보기에 기적과 초월적인 일들을 하실 수 있지만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위해 세워 놓으신 보편적인 법칙과 원리를 무시하시지는 않는다. 하나님의 목적에 따라 여호수아가 아모리 족속과 전쟁을 할 때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를 위해 태양과 달이 멈추어 서서 하루 동안 속히 내려가지 않게 하셨다(수 10:12-13). 또 히스기야 왕에게 주신 표적으로 하나님께서 이사야를 통해 아하스의 해시계를 10도 물러가게 하시기 위해 해를 뒤로 물러가게 하신 적도 있었다(사 38:7-8; 왕하 20:8-11).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와 그리고 히스기야를 위해 자연법칙을 초월하는 특별한 상황을 허락하신 적이 있지만 하나님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창조물 자연의 법칙에 따라 태양, 달 등 우주만물이 뒤로 물러가지 않고 정상적으로 나아가게 하신다.

또 이 사건은 자칫 이른바 강신술 혹은 강령술 등의 성경적인 근거나 사례로 오용되어 서도 안 된다.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이 변하지 않는 한 ‘부리는 영을 지닌 마술사나 강신술사’ 같은 악한 영의 지배하에 있는 사람들이 행하는 모든 것들은 영원히 하나님께 가증한 것이고 정죄의 대상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출 22:18; 레 19:26, 31, 20:6, 27; 신 18:9-12; 렘 2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