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삼하 24:1 “다시 주의 분노가 이스라엘을 향해 타오르매 그분께서 그들을 치시려고 다윗을 움직이사, 가서 이스라엘과 유다의 수를 세라, 하고 말하게 하시니라.”(And again the anger of the LORD was kindled against Israel, and he moved Davidagainst them to say, Go, number Israel and Judah.) / 대상 21:1 “사탄이 이스라엘을 대적하려고 일어나 다윗을 선동하여 이스라엘의 수를 세게 하니라.”(And Satan stood up against Israel, and provoked David to number Israel.) → 다윗을 격동하여 수를 세게 한 것은 누구인가? 하나님이신가, 사탄인가?

◈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정확한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읽는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과 선호를 모두 맞추어 주는 것은 아니다. 자세하게 설명된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간단하게 언급된 것도 있다. 어떤 사건은 성경 66권 중에서 여러 성경이 다룬 것도 있고 한 성경에만 소개된 것도 있다. 이럴 때 어떤 성경에 단편적으로 기록된 내용과 다른 성경에 그 사건의 일부만 기록된 것이 있다면 서로 모순되게 보일 수 있다. 만약 어떤 사건이 여러 성경에 소개되었다면 그 기록들을 종합하여 살펴보아야 그 사건의 정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만약 하나님께서 아무 이유 없이 다윗을 움직여서 수를 세게 하셨다면(사무엘하 24:1) 하나님은 그 행동에 대해 다윗에게 분노하실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구절을 근거로 하나님을 이교도 신들처럼 비윤리적인 인격으로 묘사하여 하나님께서 다윗을 유혹하여 죄를 짓도록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성경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하나님께서 다윗을 향해 분노하신 배경이 밝혀진다. 다윗을 선동하여 교만한 마음을 갖게 하여 하나님께서 기뻐하시지 않는 행동을 하게 한 것은 사탄이다(대상 21:1). 하나님을 향한 경건과 신뢰가 약해진 다윗은 하나님의 뜻을 구하지 않고 그의 지경을 넓히려는 궁리를 하였다. 마음이 높아진 다윗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왕국을 위해 싸울 백성의 수가 얼마 되는지 궁금하게 되었고 결국 자신의 계획을 수행하는데 군사가 충분한지 아닌지 알고 싶어 군대대장 요압의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구조사를 강행하였다(삼하 24:4, 5-9). 다윗의 명령(삼하 24:2)만 가지고는 잘 알 수 없으나 군대대장 요압의 간언(삼하 24:3)과 인구조사가 끝난 뒤에 양심이 찔려 고백한 내용(삼하 24:10)을 감안하면 다윗이 불신앙과 불순한 마음의 동기에서 인구조사를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사건을 종합해서 구성해보면, 다윗이 왕좌에 앉아 이스라엘을 다스릴 때 마음에 교만이 생겼고 사탄이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이스라엘을 치려고 다윗의 마음을 선동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막지 않고 용인하셔서 9개월 20일이나 걸린 인구조사를 실시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다윗 왕은 자신의 불법적인 행동으로 인해 하나님께서 대언자 갓을 통해 제시하신 세 가지 재앙, 곧 기근, 적으로 인한 도피, 그리고 역병 중에서 마지막 재앙을 택하여 이스라엘 백성 칠만 명이 죽게 하였다.

하나님은 악으로 시험받지도 않으시고 또 친히 악으로 아무도 시험하지 않으신다(약 1:13).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거룩한 공의 집행을 위해 때때로 사탄이 사람들을 유혹하거나 공격하는 것을 용인하시는 경우가 있다. 다윗을 선동하여 불법을 행하게 한 것은 사탄이지만 만물의 절대주권자이신 하나님의 편에서 보면 사탄의 행동을 막지 않으시고 허용하신 것을 하나님께서 다윗을 움직이신 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동방 우스 땅의 의인 욥의 경우도 그가 겪은 불행한 일들은 마귀가 저지른 것이지만 그 이전에 하나님께서 마귀의 행동을 용인하신 것이기 때문에(욥 1:11-12, 2:4-6 /cf. 출 7:13; 삼하 16:10; 시 105:25 ...) 욥의 아내처럼 하나님의 거룩하신 속성을 모르는 세상 사람들은 하나님을 비난하는 구실로 삼는다(욥 2:9 “이에 그의 아내가 그에게 이르되, 당신이 아직도 당신의 순전함을 지키느냐? 하나님을 저주하고 죽으라, 하되”).

✿ 결론적으로 오늘 본문의 이 사건을 기록한 두 성경기록은 상호 모순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기록이다. 상기 두 성경기록은 한 사건의 전후 동기와 배경 그리고 시차적인 면에서 모두 정확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 <교훈을 위한 묵상> 이스라엘은 이 사건 외 몇 차례 백성의 인구조사를 한 적이 있었으나 아무 문제가 없었다(민수기 1장, 26장). 목자가 자신의 양을 잘 돌보기 위해 양의 수를 세는 것처럼, 왕이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 백성의 수를 알아보는 것이 불법과 죄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다윗은 자신이 불법과 죄를 범했다고 자백했고 하나님은 그 죄 값을 치르게 하셨다. 무엇이 죄가 된 것인가? 다윗은 많은 시련을 겪은 뒤에 평안을 누렸다. 그러나 그의 마음의 여유는 그에게 유혹의 덫이 되어 자신이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얼마나 위대한지를 가늠해보려는 시도를 하게 하였다. 다윗이 단순히 백성들을 잘 다스리기 위해 인구조사를 한 것이 죄가 아니라, 자신을 왕으로 삼으시고 보호 인도해주신 하나님을 망각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기보다 눈에 보이는 것에 더 마음을 두기 시작한 것이 죄가 된것이다. 이러한 다윗의 마음의 상태를 Gleason Archer는 이렇게 묘사하였다: “그는 젊었을 때에는 오직 하나님만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 이것은 그가 물맷돌 하나로 골리앗을 상대할 때에도 그러했고, 사백 명의 무리를 가지고 아말렉의 군대를 상대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뒤에 가서는 그도 모든 빈틈없는 현실주의자와 마찬가지로 숫자와 부의 척도에 의하여 자기의 힘을 측정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므로 주께서는 이제 다윗이 철저하게 자기를 분석하게 하는 시련을 통과함으로써 다시 한 번 무릎을 꿇고 하나님의 은혜에 자기를 던져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다윗으로 하여금, 그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계획, 즉 군대의 가장 효과적인 전개를 위한 미래의 군사 전략을 수립하기 위하여 병력의 자원을 계수해 보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도록 부추기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실제로는 그에게 ‘좋다, 가서 그렇게 해보아라. 그러면 너는 그것이 네게 얼마나 유익을 줄지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Encyclopedia of Bible Difficulties, 성경난제백과사전, p.252).

이러한 다윗의 마음의 상태가 교만 죄가 된 것이다.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려고 한 교만은 자신에게 불행과 재앙을 불러왔다.이스라엘 민족이 가장 자주, 쉽게 빠진 죄가 교만이었다(cf. 신 6:10-13, 8:11-20...). 그리고 오늘의 사건처럼 교만 죄는 작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하나님께 가증한 것이며(눅 16:15) 그것의 나쁜 열매가 치명적일 수 있다(cf. 눅 6:26 / 행 12:20-23 헤롯; 단5:23-30 벨사살 왕).

교만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모든 민족, 모든 사람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죄며, 동시에 아주 교묘해서 경계심을 갖고 늘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이 덫에 걸리기 쉽다. 하나님의 자녀들에게도 가장 경계할 죄가 교만 죄다. 하나님께서 증오하시는 우상숭배 죄도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버리고 자신을 높이는 교만에서 나온 것이다.

“... 하나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은 물리치시나 겸손한 자들에게는 은혜를 베푸시느니라” (약 4:7b)

“주의 눈앞에서 스스로 겸손하라. 그리하면 그분께서 너희를 높이시리라.” (약 4:10)

“... 하나님께서 교만한 자는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는 은혜를 주시느니라. / 그러므로 하나님의 강한 손 밑에서 스스로 겸손하라. 그리하면 정하신 때에 그분께서 너희를 높이시리라.” (벧전 5:5b-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