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시 137:8-9 “오 멸망 받을 바빌론의 딸아, 네가 우리에게 베푼 대로 네게 갚는 자가 행복하리로다. / 네 어린것들을 들어다가 돌에 메어치는 자가 행복하리로다.”(O daughter of Babylon, who art to be destroyed; happy shall he be, that rewardeth thee as thou hast served us. / Happy shall he be, that taketh and dasheth thy little ones against the stones.) → <주장> “심장이 약한 신자들은 이 본문을 읽고서 충격을 받고 심지어는 분노까지 느끼기도 한다”(Walter C. Kaiser). 이와 같은 저주는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주님의 가르침(마 5:44; 롬 12:14)과 조화될 수 있는가?

◈ 이 시편(137편)이 기록될 때는 유대인들이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가 있던 때로서 자신들의 조국 땅과 멀리 떨어져 더 이상 공식적으로 성전에서 하나님을 예배할 수 없었다. 대신 주위에는 그들을 조롱하고 핍박하는 적들[바빌론 이교도들] 가운데 있었다. 유대인들은 전에 자신들이 유대 땅에서 누렸던 옛 영광과 현재 자신들이 처한 비참한 상태를 비교하며 한탄하고 있다. 이 시편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통탄스러운 상황을 눈물로 회고하는 내용이고(v.1-7), 두 번째 부분은 자신들을 괴롭히는 핍박자들에 대한 엄한 심판을 호소하는 내용이다(v.8-9). 저주의 대상으로 지목된 두 나라가 나온다. 에돔과 바빌론이다. 이 두 나라는 아브라함의 자손 이스라엘을 핍박했던 많은 민족들 중에서 대표적인 나라로 언급되었다. 야곱의 형 에서로부터 시작된 에돔은 육체적으로 이스라엘의 형제로 간주되었다(cf. 창 25:22-34; 신 23:7). 그런데 에돔은 잔인하게 육체적인 형제인 이스라엘을 괴롭혔다(암 1:11). 또 아브라함의 자손과 아무 관계가 없는 바빌론은 이교도 민족으로서 이스라엘을 무자비하게 멸망시키고 포로로 끌고 갔다.

상기 제시된 주장에 답을 하려면 우선 이 시편의 성격을 이해하여야 한다. 이 시편은 예언적인 시편으로서 미래에 일어날 일은 설명하기 위해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내용이 들어 있다. 바빌론에 대해 이사야가 예언으로 대언한 내용은 역사적으로 성취되었다(사 13:1- 22). 예언되어 이미 역사적으로 성취된 고대 바빌론의 마지막 멸망 모습은 마지막“주의 날”에 심판받아 멸망할 영적인 거짓 종교조직, 거짓 나라, 거짓 도시 “큰 바빌론”을 상징한다(사 13:1, 6; 계14:8, 17:1-18, 18:2-24, 19:2-3). 이때의 특징은 하나님의 정의의 진노와 그로 인한 공포다(사 13:6-9, v.6 “주의 날 곧 진노와 맹렬한 분노로 인한 잔혹한 날” / v.13 “만군의 주의 진노 가운데서 그의 맹렬한 분노의 날에”). 이때의 잔혹함과 맹렬한 분노는 “만나는 자마다 창에 찔리고 그들과 연합하는 자는 다 칼에 쓰러지며 / 그들의 자녀들도 그들의 눈앞에서 내던져져서 여러 조각이 나고...”(v.15-16), “보라, 은도 중히 여기지 아니하고 금도 기뻐하지 아니하는 메대 사람들을 내가 일으켜 그들을 치게 하리니 / 그들이 활로 젊은이들을 쳐서 조각을 내고 태의 열매를 불쌍히 여기지 아니하며 그들의 눈이 아이들을 아끼지 아니하리라.”(v.17-18)라는 표현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예언적인 선언 내용은 어떤 개인이나 사람들에 대한 잔인하고 야만적인 행동을 탄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개인적인 감정에서 나오는 저주의 외침이 아니다. 시편 중에는 ‘악한 자에게 하나님께서 재앙을 내려주시기를 비는’ 소위 ‘저주의 시편’ (Imprecatory Psalm)이라는 것이 있다(cf. 55, 59, 69, 79, 109, 137편). 그러나 ‘저주의 시편’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공의의 시편’ 혹은 ‘응보의 시편’(Psalm of Just Retribution)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이 시편은 “만일 하나님께서 도우시지 않으면 정의에 대한 모든 소망이 사라지므로 하나님께서 직접 간섭하셔서 매우 잘 못된 일들을 올바로 교정시켜 주실 것을 하나님께 간청하는 기도”이다(Walter C. Kaiser). 또한 “이 저주는 하나님과 그의 나라를 끈질기게 대항하는 자들에게 하나님께서 내리시겠다고 이미 다른 곳에서 선언한 내용을 단지 되풀이하고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Kaiser). 곧 잔인하게 보이는 상기 내용은, 오래 참고 기다리신 하나님께서 마침내 마지막 “주의 날” 곧 그분의 거룩한 “때”에 불의와 죄를 보응하시는 하나님의 정의의 집행을 단순히 묘사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백성들과 종들을 괴롭히거나 그들을 조롱하고 그들의 고통과 고난을 기뻐하는 사람이나 민족은 모두 불쾌하게 여기신다. 마지막에는 그렇게 하는 사람이나 나라에 하나님께서 정의의 심판으로 갚아 주실 것이다(cf. 창 12:3 “너를 축복하는 자들에게는 내가 복을 주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리리니...”). 이것이 하나님의 공의다. 사랑과 긍휼은 영원히 추구되어야 하고 칭송되어야 할 덕이다. 그러나 그 사랑은 결코 진리와 분리되어서는 안 되고, 긍휼은 결코 공의와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은 결코 하나님의 거룩과 의로우심과 격리되어 따로 존재할 수 없다.

바빌론은 자신들이 지배하는 오랜 기간 동안 다른 민족을 무지비하게 다루었다. 그들은 어린 아이들도 예외 없이 무자비하게 살해하였다. 바빌론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인류의 모든 전쟁이 잔인함과 공포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cf. 호 10:14, 13:16; 마 24:19). 인류 전쟁사는 인류의 잔혹사이다. 역사적으로 메데 페르시아에 의해 바빌론이 멸망당할 때 바빌론은 메데 페르시아에 의해 자신들의 과거 악행에 대한 보응을 그대로 받았다. 현대 북한 공산정권은 무고한 인민들에게 잔인하고 무자비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집단수용소: 뱃속의 태아를 죽이고 낳은 아기를 엄마로 하여금 죽이게 하는 등). 언젠가 그들의 만행은 정의로우신 하나님에 의해 보응을 받게 될 것이다.

세상의 마지막에는 의로우신 하나님의 공의의 심판이 예정되어 있다. 이 심판의 공포는 이미 성경에 예언되어 있다(마 21:44 “누구든지 이 돌 위에 떨어지는 자는 부서지겠고 누구든지 이 돌이 떨어지면 그를 갈아서 가루로 만들리라, 하시니라.”). 하나님의 긍휼과 오래참으심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끝내 회개하지 않으면 그 공포의 심판은 피할 수 없다. 불신자, 무신자에게 이 심판을 받지 말라고 전하는 것이 우리의 복음전도 사역이다.

✿ <교훈과 적용> 하나님의 선민 이스라엘에게 대표적인 두 적(에돔, 바빌론)이 언급된 것처럼, 하나님의 자녀들에게도 항상 두 종류의 적이 있다. 하나님에 대해 무지하거나 반대하는 이교도 그룹과 또 하나는 적이지만 하나님에 대해 무지하지 않거나 표면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는 그룹이 있다. 예수님의 경우를 보면, 빌라도 등 로마 군사들은 전자에 속하고, 예수님의 12제자 중 유다는 후자에 속한다. 하나님의 믿는다고 했던 유대교 종교인들도 후자에 포함시킬 수 있다. 바울 사도 개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를 괴롭힌 무리들은 불신 이교도만이 아니다. 어떤 때는 함께 일하고 이름까지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이 그의 적이 되었다(cf. 딤후 1:15 부겔로, 허모게네 / 2:17 후메내오, 빌레도 / 3:1-8 모세를 대적했던 얀네와 얌브레와 같이 교회 안에서 성도들을 유혹하는 사람들 / 4:14 알렉산더 ...). 하나님의 백성인 성도들과 성도들이 모인 주님의 지역교회들에게도 항상 ‘현대판 에돔’이 있고 ‘현대판 바빌론’이 있다. 성도 개인에게는, 사탄과 세상과 같은 외부의 적이 있고 자신의 육신, 자아와 같은 내부의 적이 있다. 교회에는 외부에서 교회를 공격하는 불신 세력이 있고, 또 교회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나는 적이 있다(행 20:29-30; 고전 5:11, 11:18-19; 요일 2:18-19; 롬 16:17- 18). 개인 성도에게 외부와 자신 안에 적이 있다는 것은 잘 알지만, 교회에도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나는 적이 있다는 성경의 가르침(행 20:29-30)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말씀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와 같은 성경의 가르침에 유념하고 영적인 싸움이 어떻게 일어나며 특히 교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을 것인가 항상 기도하고 깨어있어야 한다.

<다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