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창 9:24-25 “노아가 포도주에서 깨어나 자기의 작은아들이 자기에게 행한 일을 알고 / 이르되, 가나안은 저주를 받을 것이요, 그의 형제들에게 종들의 종이 될 것이니라, 하고” (And Noah awoke from his wine, and knew what his younger son had done unto him. / And he said, Cursed be Canaan; a servant of servants shall he be into his brethren.) → 노아의 아들 함이 아버지에게 죄를 지었는데 노아는 왜 그의 아들 가나안을 저주하였는가?
◈ 노아의 세 아들 셈, 함, 야벳은 모두 자신의 아버지 노아가 포도주에 취해 벌거벗은 사건에 연루되었다(창 9:21-23). 두 아들 셈, 야벳은 아버지의 수치를 덮고 아버지의 권위를 존중하는 지혜로운 행동을 하여 아버지 노아로부터 축복을 받았다. 문제는 노아가 자신의 수치를 보고 공개한 아들 함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신 자신의 손자 함의 아들 가나안을 저주한 점이다. 왜 노아는 함 대신에 함의 아들 가나안이 저주를 받고 셈과 야벳의 종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일까? 몇 가지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로, 노아는 아들 함의 악한 행동을 징계하려고 했어도 하나님께서 복 주신 아들 함을 저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홍수 심판으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멸망 받은 뒤 세상의 유일한 남성 생존자가 된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하나님께서 이미 복을 주셨다(창 9:1 “하나님께서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다산하고 번성하여 땅을 채우라.”). 하나님께서 함에게 이미 내리신 복의 선언을 사람인 노아가 취소하는 언행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하나님께서 함에게 복을 주셨다고 그가 늘 잘되고 또 죄를 짓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담과 이브, 노아와 그의 아들들이 모두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받았지만 하나님의 복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죄를 지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 선언을 사람이 번복하거나 무효로 하는 저주의 선언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비록 함에게 직접적으로 저주를 하지 않고 그의 아들 가나안에게 한 것이지만 효과 면에서는 함에게 내린 것이나 같다. 누구든지 자기 자식이 저주받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괴롭지 않는 부모가 없을 것이다. 함의 자식 가나안이 받은 저주는 아버지 함에게도 저주였다.
세 번째, 가나안이 억울하게 아버지 함이 지은 죄의 삯을 대신 받은 것이 아니라, 가나안도 아버지 함의 죄에 동참한 값으로 저주를 받은 것이라는 견해다. 사실 가나안이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성경은 셈과 야벳은 단독으로 소개하고 있지만(v.26-27) 이와는 달리 함은 “가나안의 아버지 함이 자기 아버지의 벌거벗은 것을 보고 ...”(v.22 a)라고 소개하고 있다. 함의 아들 가나안은 자기 아버지가 할아버지 노아의 수치를 보고 밖에 알리는 일에 동참했거나, 노아의 손자인 가나안이 먼저 할아버지의 벌거벗은 것을 보고 아버지인 함에게 알렸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의 상황은 어찌하였든지, 함의 아들 가나안은 이후에 가나안 땅의 타락한 이교도 족속인 가나안족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 가나안족의 타락은 특히 성적인 무질서와 성의 왜곡이 큰 특징이다(*소돔과 고모라의 동성애 등 성적인 타락의 절정을 보여줌. cf. 레 18장).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세를 통해 함의 아들 가나안을 통해 퍼진 가나안 족속(창 10:15-19)을 절대 분리해야 할 가증한 일들을 행하는 족속(레 18:3. 18:24-25), 쫓아내고 멸해야 할 족속으로 지목하셨다(창 12:6, 13:7; 출 23:23, 28, 33:2, 34:11; 신 7:1-3, 수 9:1...). 가나안으로부터 나온 족속들(창 10:15-19)의 열매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가나안은 그 때 자신의 아버지 함의 죄에 참여하였거나 어떤 방법으로든 연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죄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할 수 없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세상의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질 수 있는 유일하신 분이다. 그분만이 세상의 유일한 대속주, 구원자이시기 때문이다(*그렇지 않으면 은혜의 복음은 무효이고 사람의 행위의 종교가 유효하게 된다.). 이렇게 함의 아들 가나안을 포함하여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죄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죄를 짓는 혼, 그 혼은 죽을 지니라. 아들이 아버지의 불법을 담당하지 아니하며 아버지가 아들의 불법을 담당하지 아니하리니 의로운 자의 의가 그 위에 임하고 사악한자의 악이 그 위에 임하리로다.” (겔 18:20) (cf. 겔 18:1-2)
“오직 각 사람이 자기의 불법으로 인해 죽을 것이요, 신 포도를 먹는 각 사람이 자기 이가 시리게 되리라.” (렘 31:30)
만약 노아가 이런 영적인 원리를 알았다면, 그가 가나안에 대한 저주를 대언한 것은 함의 죄가 아닌 가나안 자신의 죄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함도 당연히 죄 값을 받아 저주를 받아야 하지만 이 사건 직전에 하나님께서 먼저 복을 주셨기 때문에 감히 노아는 저주를 선언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효과적으로는 함은 노아로부터 직접적인 저주 선언을 받지 않았지만 자기의 자식 가나안이 저주를 받은 것은 자신이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 <교훈과 적용> 역사적으로 증명된 가나안 족속의 모습은 저주를 받은 결과라기보다는 그들의 행실의 결과다. 노아의 선언은 감정적인 저주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대언[예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언이 하나님의 세상 구원계획에서 가나안족속을 무조건 제외하는 것은 아니다. 가나안 사람들은 끝까지 회개하지 않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람들의 대명사로 불리기는 하나(슥 14:21), 만약 그들이 끝내 구원을 받지 못하였다면, 그들 스스로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를 남용하여 하나님의 구원의 사랑과 은혜를 거절하였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시몬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나안 사람(*구약 식으로 하면 가나안 족속)을 12제자 중의 한 제자로 삼으셨다(마 10:4; 막 3:18).
또 이 사건은 우리에게 죄는 적든 크든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고해준다. 세상에 값을 치루지 않아도 되는 죄는 없다. 함과 가나안이 저주의 대언을 받은 것은 어떤 면에서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인륜이 파괴되어가고 있는 현대 세상에서는 자식이 아버지의 벌거벗은 것을 보고 [의도적으로 즐긴 면도 있다] 그것을 알린 것은 죄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눈에는 저주를 불러온 죄가 되었다. 세상의 관점이 어떻게 변하든 자녀가 가정에서 하나님의 대표인 부모를 경거망동하게 대하고 부모의 권위를 존중하지 않고 경멸한 것은 하나님의 눈에는 피할 수 없는 죄다. 동시에 우리가 최선을 다해 행하는 선은 반드시 그 보상이 있다. 셈과 야벳은 아버지의 실수를 덮고 하나님께서 부여해주신 아버지의 권위를 끝까지 존중하였다. 이것이 그들이 축복을 받는 작은 씨앗이 되었다.
“가장 적은 것에 신실한 자는 또한 많은 것에 신실하고 가장 적은 것에 불의한 자는 또한 많은 것에 불의하니라.” (눅 1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