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막 15:25 “때가 세 시가 되매 그들이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으니라.”(And it was the third hour, and they crucified him.) / 요 19:13-14 “그러므로 빌라도가 그 말을 듣고 예수님을 끌고 나가서 돌로 포장한 곳이라 불리지만 히브리어로는 갑바다라고 하는 곳에 있던 재판석에 앉으니라. / 그 날은 유월절의 예비일이요 때는 여섯 시쯤이더라. 그가 유대인들에게 이르되, 너희 왕을 보라! 하거늘”(When Pilate therefore heard that saying, he brought Jesus forth, and sat down in the judgment seat in a place that is called the Pavement, but in the Hebrew, Gabbatha. / And it was the preparation of the passover, and about the sixth hour: and he saith unto the Jews, Behold your King! → <주장>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시간이 3시라면 어떻게 예수님이 빌라도 법정에 섰을 때 6시가 될 수 있는가? 명백한 모순이다.

◈ 성경비평가들은 성경을 필사한 서기관(scribe)이 요한복음을 필사할 때 그리스어로 숫자 3을 나타내는 글자(그리스어 대문자 ‘감마’ Γ)를 숫자 6을 나타내는 글자(그리스어 ‘다이감마’로 영어의 F와 비슷하게 생긴 글자.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있음)로 잘 못 쓴 결과라고 주장한다(예: As in ancient times all the numbers were written in the manuscripts not at large but in numeral letters, it was easy for γ three, to be mistaken for v six. - Adam Clark’s Commentary). 그러나 이런 주장은 본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유는 요한복음의 내용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 못 박하시기 전 빌라도의 재판정에 계시던 때를 말하기 때문이다.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주신 하나님의 말씀(딤후 3:16)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완전하지 않고 실수하는 사람들이 성경을 썼거나 필사한 것이기 때문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인본주의 잣대로 판단하는 이런 태도야 말로 인간이 쉽게 저지르는 큰 오류다.

제기된 문제는 당시 하루를 계산하는 방법이 지금처럼 일정하지 않고 지역이나 국가마다 다양했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리스-로마시대의 저작가 아울루스 겔리우스(Aulus Gellius), 플루타크(Plutarch), 플리니(Pliny) 등은 로마시대에는 하루를 계산하는 방법이 유대민족과 달랐다고 밝히고 있다. 플리니는 그의 저서 ‘자연스러운 역사’(Natural History)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는 하루가 다른 방식으로 지켜지고 있다. 바벨론 사람들은 해가 뜰 때부터 다음 해 뜰 때 까지를 하루로, 움부리아인들[*로마이전 약 BC 8세기경에 이탈리아 산지에 살았던 민족 이름 – 필자 주]은 정오부터 다음날 정오까지를 하루로, 로마의 승려들과 역일(曆日)을 정한 사람들은 애굽인과 히파르쿠스인과 마찬가지로 자정부터 다음 자정까지를 하루로 친다.”(Gleason Archer, Encyclopedia of Bible Difficulties).

요한복음을 제외한 공관복음에서는 하루 시간을 6시부터 시작되는 유대 법을 따르고 있다. 마태, 마가, 누가 세 사람은 공히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제 6시부터 숨을 거두신 제9시까지 흑암이 온 땅을 덮었다고 기록하고 있다(마 27:45; 막 15:33; 눅 23:44). 유대인들에게 낮(day)은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이고 밤(night)은 저녁 6시부터 이튿날 새벽 6시까지다. 유대인의 하루는 밤과 낮을 묶어 저녁 6시에 시작하여 이튿날 저녁 6시까지 하루가 된다. 그러나 로마법은 하루가 자정부터 자정까지다. 그러므로 유대인에게는 밤이 끝나고 새로운 한 날의 낮이 시작되는 0시[현재의 1시가 될 수도 있음]는 로마법으로는 아침 6시(정확하게는 새벽 5시부터 6시까지)가 되고, 유대의 낮 1시는 로마 식의 아침 7시(정확하게는 6시부터 7시까지), 두 시라면 8시(정확하게는 7~8시), 세 시라면 9시(8~9시)를 가리킨다(cf. 행 2:15 “지금은 겨우 낮 세 시이므로”; 행 23:23 밤의 세시 / 마 20:1-6 ‘아침 일찍’은 6시, ‘세 시’는 9시, ‘아홉 시’는 오후 3시, ‘열한 시’는 오후 5시경이 된다. *유대법의 시간에 6을 더하여 계산하면 대략 로마식의 시간과 현대의 시간이 됨).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끌고 간 시간은 이른 아침이었다(cf. 마 27:1 “아침이 되매 모든 수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이 예수님을 대적하여 죽이려고 의논한 뒤에”; 눅 22:66 “날이 밝으매 백성의 장로들과 수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즉시 함께 모여 그분을 자기들의 공회로 끌고 들어가 이르되”” +눅 23:1 “그들의 온 무리가 일어나 그분을 빌라도에게 끌고 가서”). 이에 반해 요한은 유대 법 대신에 지금 이시대의 계산법과 같은 밤 12시 자정으로부터 다음 날 자정 12시까지 하루로 보는 로마식 시간으로 기록하였다. 이 사실은 요한이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때를 로마식으로 기록한 점으로 입증된다(요 20:19 “그 뒤 같은 날 곧 주의 첫날 저녁때에 제자들이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모인 곳의 문들을 닫았더니 예수님께서 오셔서 한가운데 서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평강이 있을지어다, 하시니라.”). 요한이 기록한 시간을 저녁 일몰시인 저녁 6시부터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유대 식으로 계산한다면 주의 첫날이 지나고 둘째 날이 이미 시작된 시간이다. 엠마오로 내려가던 두 제자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뵙고 예루살렘으로 다시 돌아간 때는 이미 하루가 저문 어두운 시간이었다(cf. 눅 24:1, 29). 제자들이 모인 방에 예수님이 나타나신 것은 밤이 깊어진 그 후의 일이다(눅 24:30-36; 요 20:17-19). 그러므로 요한이 기록한 “주의 첫날 저녁때에”는 유대 식으로 한다면 ‘주의 둘째 날이 시작된 저녁때에’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요한은 왜 로마식으로 시간을 기록했을까하는 질문이 따를 수 있다. 사도 요한이 요한복음을 기록한 때가 대략 주후 90년 혹은 90년에서 100년 이전에 쓴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로마제국의 아시아의 수도인 에베소에서 기록하였기 때문에 자정(midnight)부터 이튿날 자정까지를 하루로 계산한 로마식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마가가 기록한 예수님께서 못 박히신 시간은 “세 시”(*현재의 아침 9시경)이고, 요한이 기록한 예수님께서 빌라도 법정에 서신 시간은 로마식으로 현대의 시간과 비슷한 새벽 “여섯시쯤”(‘여섯 번째 시간쯤,’ about the sixth hour, *유대 식으로는 이른 아침[0시 혹은 한 시])으로 빌라도의 심문과 언도가 있고 십자가를 지시고 비아돌로로사의 길을 걸으신 뒤 십자가에 달리실 때까지 대략 두 세 시간의 간격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요한복음에 기록된 시간은 필사의 오류가 아니라 로마식으로 표기된 정확한 말씀이다.

✿ 예수님께서는 아침 일찍부터 빌라도 법정에 서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시간이 아침 9시(*유대 식으로 3시)이고, 십자가에 달리신 뒤 세 시간이 지난 낮 12시부터 숨을 거두신 오후 3시까지(*유대 식으로는 여섯시부터 아홉시까지) 세 시간동안 온 땅에 흑암이 덮였다(마 27:45; 막 15:33-34; 눅 23:44). 우리의 주님은 우리의 죄와 불법을 처리하시려고 무려 여섯 시간 그 무섭고 가혹한 십자가 위에서 육체와 영혼의 고통을 겪으셨다. 예수님은 본래 영(靈, Spirit)이신 하나님이시다(요 4:24). 그런데 왜 육체의 고통을 겪으셨을까? 아담이후 모든 사람은 죄로 인해 몸과 영혼이 죄 값으로 죽음을 겪어야하기 때문이다. 영이신 하나님께서 임마누엘 하셔서 육체의 고통을 겪으시고 죽음을 체험하신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도록 꾀어 결국 사람을 죽게 한 마귀 곧 “죽음의 권능을 가진 자 곧 마귀를 멸하시고” 죄를 인해 육체의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죄로 인해 저주를 받은 우리를 대속하시기 위함이다(히 2:14-15; 사 53:4-5).

<다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