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어느 사랑 이야기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처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니라.” (요한일서 4:11) ("Beloved, if God so loved us, we ought also to love one another.") (1 John 4:11)

얼마 전 어느 신문을 읽는데 한 기사내용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이럴 수가...”라는 말이 나왔고 나의 가슴은 뭉클한 감동으로 채워졌다. 한 처녀와 한 총각의 사랑이야기.... 남녀 간의 연애 이야기, 결혼 이야기는 흔한 주제지만 이 기사는 단순한 감동을 넘어 내 마음을 찌르는 아픔과 부끄러움으로 다가 왔다. 이야기는 대략 이러하다.

베트남의 청년 한 사람이 1967년 북한 평양으로 유학을 가면서 시작된 이야기다. 팜 녹 칸(Canh)이라는 이름의 젊은이는 북한에서 유학하는 중에 1971년 함흥의 흥남비료 공장 화학실험실에서 한 북한 처녀 리영희씨를 만나게 되고 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당시 베트남은 국제결혼을 금지하였고 북한도 외국인과의 접촉을 금지하는 상황에서 이 두 사람은 어렵게 그것도 은밀히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1973년 1월 1일 칸 씨는 유학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돌아가게 된다. 울며 헤어진 두 사람은 칸 씨가 귀국한 후에도 계속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갔으나 이마저도 북한이 금지하는 바람에 더 이상 편지를 주고받을 수 없게 되어 서로간의 소식이 완전히 끊겨버리고 말았다. 칸 씨는 포기하지 않고 20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가지고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을 찾아 리영희씨의 거처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리씨는 비료공장에서 일하다가 다른 사람과 결혼했던지 아니면 죽었다”라는 답변을 받았으나 칸 씨는 북한정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칸 씨는 베트남 대통령과 외무장관에게 자신의 사정을 알려 도움을 청했고 베트남 대통령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었던 북한은 2001년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게 되었다. 드디어 이듬해인 2002년 이미 54세가 된 베트남 총각 칸씨와 55세가 된 북한 처녀 리영희씨는 하객 700여명의 축북을 받으며 베트남 하노이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현재 63세의 칸씨와 64세의 리영희씨는 베트남 하노이 시내 작은 집에서 초촐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 두 사람이 하나가 되기까지는 많은 장애물이 있었는데 북한과 베트남 정부의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점점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칸 씨의 부모와 가족들의 결혼성화를 견디기 어려웠다. 칸 씨가 주위의 압박을 이겨내고 끝까지 결혼하지 않은 채 리영희씨를 기다리게 한 것은 무엇일까?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또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30년 동안 마음이 변하지 않고 서로를 기다렸을까? 칸 씨는 “베트남에 돌아간 뒤에도 끝까지 결혼하지 않은 것은 영희씨에게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고 술회하였다. 두 사람은 1978년 칸 씨가 함흥 비날론 공잘 실습을 위해 다시 방북하는 기회가 있었을 때 극적으로 다시 만났다. 칸 씨는 그 때에도 영희씨에게 계속 “기다려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리영희씨가 “나중에 나는 할머니가 된다”고 하자 칸 씨는 “당신은 할머니가 돼도 나의 ‘영희’다. 늙어도 괜찮다.”고 했다고 한다.

무지할 정도로 순수한 이들의 사랑은 참으로 천박하고 세속적이며 이기적인 이 시대의 남녀 간의 사랑의 행태를 고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한가? 본 필자는 두 차례에 걸쳐 나온 이 기사를 읽고(영국 BBC에서 특집 방송을 하였다고 한다) 마음에 찔리는 것이 있었음을 숨길 수 없다. 이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할 때는 거의 하나님의 사랑을 모른 불신자였을 것이고 지금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추측하게 하는 어떤 암시도 기사에서 발견하지 못했다. 이들이 불신자라면 어떻게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이 두 사람이 불신자라면 고귀한 하나님의 사랑을 아직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사람사이에서의 아름다운 사랑을 세상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안다. 그것을 알고 믿고 또 그 사랑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사 우리가 그분을 통해 살게 하셨으니 이것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를 향해 나타났느니라.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지 아니하였으나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자신의 아들을 보내사 우리의 죄들로 인한 화해 헌물로 삼으셨나니 여기에 사랑이 있느니라.”(요일 4:9-10)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이제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믿고 받은 사람들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 이제 자녀가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도리인데 우리는 어떠한가? 칸 씨와 리영희씨는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해 피 흘려 죽으신 예수님의 희생적인 사랑을 모르지만, 우리는 그 사랑을 알고 감격해하고 눈물 흘리며 그 사랑에 감사하며 예수님을 구원자와 주로 믿고 사랑하겠노라고 고백한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를 구원해주신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명령을 받은 사람들이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너는 에 마음을 다하고 혼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여 주 네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은즉 이것이 첫째가는 큰 명령이요, 둘째 명령은 그것과 같은 것으로서, 너는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니 모든 율법과 대언자들의 글이 이 두 명령에 매달려 있느니라.”(마 22:39).

세상에서는 종종 ‘이 시대 기독교인들이 더 약고 더 이기적이고 더 욕심이 많다’는 소리를 한다. 기독교인들이 더 세속적이고 위선적이며 더 잘 싸우고 갈라진다는 소리도 있다. 물론 일부 기독교를 험담하는 사람들의 악의에 찬 공격도 있지만 그러한 세상 사람들의 말에는 우리가 자신을 돌아보며 회개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들을 부끄럽게 하려고 이 두 불신자 부부를 우리에게 알려주신 것은 아닐까? 때로는 이 세상의 불신자들이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신자들을 부끄럽게 하는 일들이 있다.

“주인이 그 불의한 청지지가 지혜롭게 행하였으므로 그를 칭찬하였으니 이는 이 세상의 자녀들이 자기 세대에서는 빛의 자녀들보다 더 지혜롭기 때문이니라.” (눅 16:8).

하나님에게서 오는 ‘사랑’ 곧 참 ‘사랑’이 점점 사라져 가는 세상이 되었다. 대신 땅에서 나온 아주 천박한 ‘사랑’이 세상에 만연하고 있다. 이러한 세상에서 불신자지만 30년 이상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 두 사람의 이야기는 세상 뿐 아니라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경종(警鐘)이 되고 있다.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시어 온갖 고난을 겪으시고 우리의 더러운 죄를 제거하시기 위해 거친 십자가에서 못 박혀 피 흘려 돌아가신 예수님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주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 고백은 공허한 것이 아닌가?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해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해 죽나니 그러므로 살든지 죽든지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 (로마서 14:8) (“For whether we live, we live unto the Lord; and whether we die, we die unto the Lord: whether we live therefore, or die, we are the Lord's.”) (Romans 14:8)

                                                                                                                                                      (Young Shephe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