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

너희 위선자들아! (Ye hypocrites!)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을지어다! 너희가 마치 회칠한 돌무덤 같나니 그것이 겉으로는 참으로 아름답게 보이나 속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부정한 것으로 가득하도다. 이와 같이 너희도 겉으로는 사람들에게 의롭게 보이나 속에는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도다.” (마 23:27) (“Woe unto you, scribes and Pharisees, hypocrites! for ye are like unto whited sepulchres, which indeed appear beautiful outward, but are within full of dead men's bones, and of all uncleanness. Even so ye also outwardly appear righteous unto men, but within ye are full of hypocrisy and iniquity.”) (Matthew 23:27)

사람은 동물이지만 특별한 동물이다. 하나님의 모양과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특별한 존재다. 짐승과 곤충, 고기 등은 모두 움직이고 나름대로 호흡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과 같은 영과 혼의 기능은 없다. 그냥 본능대로 움직일 뿐이다. 지혜와 감정이 있다 해도 본능의 제한된 범위에서만 나타난다. 또한 지상의 모든 동식물은 그 나름의 생명이 있지만 하나님의 창조의 목적상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과 하나님의 대표인 사람을 위해 지어진 것이며(잠 16:4; 창 1:26-28, 2:19-20, 9:2-3), 특별히 사람은 하나님을 위해 지음 받은 대표 피조물이다(사 43:7, 21; 계 4:11). 하나님께서 지으신 것이므로 동물의 생명도 소중하지만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인 사람의 생명과는 비교할 수 없다. 짐승과 물고기와 곤충은 사람의 식물(食物)로 쓰일 수 있지만 사람은 결코 동식물(動植物)을 생명을 위해 사용되거나 희생될 수 없다.

창조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빚으시고 그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숨을 불어넣으셨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에게는 없는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의지’가 있고 또 스스로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는 영적인 기능이 있다. 이렇게 사람은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지만 죄가 들어온 이후에는 반대로 동물들에게는 없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가지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선한 선물인 인간의 자유 의지가 오히려 그 의지를 주신 창조주 하나님을 대적하는 교만(驕慢)의 도구로 바뀌어 에덴동산에 죄를 불러들이고 말았다. 죄가 들어온 이후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죄를 지으며 살아가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죄들이 교만에서 나온다. 십계명에 열거되어 있는 대표적인 인간의 죄인 우상숭배도 자기 자신을 지으신 창조주를 무시하는 교만의 열매이고 거짓말, 간음, 도둑질, 거짓 증언, 탐욕도 모두 자신의 피조물 신분을 잊고 행하는 교만 가운데서 나오는 죄의 열매들이다. 예수님께서도 공적 사역을 하시는 도중에 신랄하게 지적하시고 준엄하게 책망하신 사람들의 위선(僞善, hypocrisy) 죄도 사실 교만에서 나온 것이다. 교만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본래의 신분과 위치와 다른 것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피조물이 본래의 위치와 신분이다. 이 신분을 무시하거나 속이려고 하는 행동은 거짓[僞] 선(善)인 위선(僞善)이다. 그래서 위선이란 겉과 달리 속이 거짓인 것, 이름과 맞지 않은 거짓 실체, 마음 안과 마음 밖이 다른 것, 고백과 실천이 다른 것을 말한다. 이 위선은 동물과 곤충과 물고기 등 다른 피조물에게는 없다. 그것들은 단순하다. 배고프면 먹이를 구해 먹고 목마르면 물을 마시고 졸리면 자고 번식기가 되면 짝을 짓고 자손을 출산하고 그렇게 반복적으로 살다가 자기의 본래의 수명이 다하면 죽는다. 그것 이상 없다. 동물세계에 문명(文明, civilization)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가? 땅의 곤충과 바다의 물고기 세계에 특별한 역사와 문명과 문화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가? 역사와 문명 문화는 생각하고 판단하고 노력하는 인간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피조물과 달리 사람은 역사를 기록할 수 있고 문명과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동물이 할 수 없는 위선(僞善)의 삶을 살 수 있다.

이 땅에 임마누엘로 오신 예수님께서 복음을 통해 하나님의 계획과 뜻을 전하셨을 때 그 사역을 가장 반대하고 방해한 사람들이 당시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유대 종교인들이다. 당시 유대 사회의 기득권은 유대교의 바리새파와 사두개파가 대부분 쥐고 있었는데 이들이 주님으로부터 가장 신랄하게 책망 받은 점은 그들의 위선(僞善)이었다. 그들은 입술과 입과 마음이 다르고 마음과 행동이 서로 달랐다. 자신들의 입으로는 늘 하나님을 불렀지만 하나님의 진리는 말하지 않았고, 하나님이 늘 주(主)라고 하였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이 아닌 자신들이 자신의 주(主)였다.

“너희 위선자들아(Ye hypocrites), 이사야가 너희에 대해 잘 대언하였도다. 일렀으되, 이 백성이 자기 입으로는 내게 가까이 오며 자기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나 그들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그러나 그들이 사람들의 명령들을 교리로 가르치며 내게 헛되이 경배하는도다.”(마 15:7-10).

이들의 위선의 특징은 하나님을 경배하라고 말하면서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아닌 헛된 경배를 가르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예수님 당시의 종교인들에게만 있던 것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위선이 일반 세상에서는 물론 기독교계 안에서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흔하게 행해지고 있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특별한 피조물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짐승 목숨처럼, 곤충 목숨처럼 다루어지고 있다. 인류 역사이래 사람의 생명을 가볍게 여겼던 독재자가 많이 있었다.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고대국가의 군주들과 근대의 인물들인 히틀러, 스탈린, 모택동, 일본 군국주의자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등 다 거명할 수 없다. 이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사람의 생명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희생시켰다. 그런데 이런 독재자들을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놀랍게도 공산주의와 체제가 완전히 다른 소위 민주 진영에 있는 사람들이다. 정치인들, 종교인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많이 있다. 참 기독교인은 그 성격상 위선과는 관계가 없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위선자가 될 수 없고 또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도 바로 그런 사람들에 속할 수 있다.

2005년 초에 이른바 ‘천성산 도롱뇽’ 사건이 있었다. 경부고속철 건설을 위해 천성산에 터널을 뚫어야 하는데 그 산에 있는 도롱뇽이 죽으면 안 된다고 어떤 여승(女僧)이 100일 단식투쟁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많은 시민들과 정치인들과 심지어는 기독교인들까지 그 여승(女僧)의 단식을 지지하면서 도롱뇽을 살리려면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도롱뇽이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경부고속철은 엄청난 공사비용을 손해보고 완성되었다. 그 때 도롱뇽을 살리기 위해서 그 고속철을 반대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고속철을 이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작년 부산 어느 조선소에서 있었던 노사분규 때 도롱뇽을 살리자고 공사를 반대하던 사람들은 아마도 부산에 가기위해 그들이 치열하게 반대하던 그 터널을 지나 재빠르게 달려갔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북한 탈북자의 위험한 생명에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는다. 북한동포들의 목숨이 천성산의 도롱뇽의 목숨보다 못한 것인가? 이것이 위선이다. 도롱뇽의 생명이 귀중하다고 외치면서도 자기와 같은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운데도 무관심하거나 침묵하는 것은 무서우리만큼 추악한 위선이다.

몇 년 전에는 미국산 수입소고기 반대 촛불 시위가 한창 일어났었다. 한 마디로 괴담과 유언비어가 난무하였다. 미국산 수입소고기 반대운동을 주도하던 사람들은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나고 어린아이들이 다 괴질에 걸린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그때 촛불 시위하던 사람들이 지금 미국산 소고기를 먹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 때 반대를 주도했던 소위 사회적인 인사들은 상당수 자신의 자녀들은 미국에 유학을 보내고 있었다. 진정 자기들의 주장이 맞는다면 자기 자녀들을 급히 귀국시켜 미국산 소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였어야 했다. 미국산 소고기를 반대한 전직 장관은 미국을 여행하면서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있는 햄버거를 사먹고 미국 식당에서 쇠고기를 사먹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것이 위선이다. 소고기가 아니라 강냉이도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지 않으려고 탈북한 동포들에게는 이상하리만큼 냉랭하면서도 북한 권력자들의 비위를 거슬릴까 조심스러워하는 소위 좌파 사람들은 무서우리만큼 추악한 위선자들이다!

요즈음 북한 동포들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90년대 말 소위 ‘고난의 행군’때 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먹는 것을 해결하지 못해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 곧 탈북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대를 이어 젊은 아들이 아버지의 왕국을 물려받은 뒤 통제가 더 삼엄해졌지만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해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불쌍한 동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북한 땅을 탈출하면 이제는 중국 공안들의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탈북에 성공하여도 중국 공안에게 붙잡혀 다시 북한으로 보내어진다. 두만 강변에는 이러한 탈북자들을 체포하여 일시적으로 가두어 놓는 수용소들이 여러 곳에 있다. 지난번 필자가 연변을 방문하여 도문을 들렸을 때 북중(北中) 국경 근처 산기슭에 지어진 탈북자 수용소를 본 적이 있다. 탈북 동포들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짐승처럼 다루고 있는 그런 수용소의 내부 시설이 신문과 방송에 소개되었다. 지금 중국에는 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탈북자들이 공안에 붙잡혀 있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탈북자 송환문제가 이이슈가 대두되고 있다. 이미 한국에 정착한 북한 주민과 뜻있는 정치인들이 연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북송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목숨을 걸고 단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슬픈 현실이지만 귀중한 인간의 생명을 살리자는 이 운동에는 많은 국민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종교인들마저도 관심이 없다. 한낮 곤충인 도롱뇽을 살려야 한다고 그렇게 떠들썩하든 사람들, 자신들의 자녀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소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고 데모를 하든 그 많은 사람들은 지금 당장 북송되면 죽거나 온갖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북한동포의 생명을 위해서는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소위 좌파들의 인권, 민주에 대한 주장은 자신들의 주장과 논리가 허구요, 위선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위선은 무섭다. 그래서 우리 주님께서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과 같은 종교인들의 위선적인 행동에 준엄한 책망과 화를 선언하신 것이다. 위선, 정치인들과 거듭나지 않은 종교인들을 포함하여 세상 사람들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님의 진리를 가지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위선이 얼마나 무서운 죄며 주님께서 얼마나 미워하시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주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인가? 주님께서는 한 사람의 영혼이 온 세상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북한 동포들의 생명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가? 주님께서 미워하는 위선이 나에게는 없는가? 때로 우리가 하나님의 눈에 ‘비열한 자’(the vile person)로 비칠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

“비열한 자는 악한 것을 말하고 자기 마음에서 불법을 이루어 위선을 행하며 오류를 말하여 주를 대적하고 주린 자의 혼을 텅 비게 하며 목마른 자에게서 마실 것을 없애리라.” (사 32:6)

위선이 횡행하는 이 세상에서 주님 뵐 때까지 위선이 없는 하늘의 지혜를 덧입고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위로부터 난 지혜는 첫째 순수하고 다음으로 평화스러우며 부드럽고 간청을 잘 들어주며 긍휼과 선한 열매로 가득하고 차별과 위선이 없나니...”(약 3:17)

                                                                                                                                                                                                         
                                                                                                                                                                                      (소년 다윗)